윤삼득 부산항만소방서 영선119 안전센터장

불이 인간생활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음식을 익혀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고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이 불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불도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는 무서운 화마로 변해버린다.

소방의 역사 또한 불의 발견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의도에 반하여 발생한 불이 주변의 소중한 것을 태우고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 가는 것을 보고 인간은 당연히 그 불을 끄려고 했을 것이며 오랜 기간 동안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소방시설의 변화를 가져 왔다고 볼 수 있겠다.

어릴적 필자가 자란 시골마을 회관 앞에는 학교종과 비슷한 종이 달려 있었다. 마을에 불이 났을 경우 먼저 본 사람이 그 종을 반복적으로 울려서 신호를 보냈었다. 그렇게 종소리를 들은 마을주민들이 불이 났다는 것을 인식하고 일제히 양동이 등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도구들을 준비하여 불난 집으로 달려 갔다. 물론 각 지방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 수도시설이 없었던 시절에는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소방시설의 역할을 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과거 소방법이 제정되기 전까지의 소방의 주 활동은 화재의 진압에 있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부터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불만 끄는 소방이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오는 사소한 부주의에 따른 화재발생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화재예방활동에 중점을 둔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소방법의 제정이다.

우리나라의 소방시설 변천사를 살펴보면 1958년 3월 10일 최초 법적으로 신설되어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소방시설이란 것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로 이용할 기회가 없어야 될 시설인 것이기도 하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필요없는 시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꼭 필요한 시설이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대상물의 유형 및 규모에 따른 시설적용은 많은 차이가 있으나 근본적인 목적은 화재발생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공통의 목적을 달성함이다.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비용도 사용자에게는 부담이 되겠지만 그것을 유지관리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렇게 돈을 들여 설치하고 유지․관리한 소방시설이 유사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는가. 시설에 따라 자동적으로 화재를 감지하여 불을 소화하는 자동식 소화설비를 제외하고서라도 우리의 아파트나 사무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화기, 옥내 소화전 등은 유사시 사람에 의해서 직접 사용되어야 하는 시설인 것이다. 긴급상황에 대비하여 갖춰진 시설이기 때문에 사용방법 또한 어렵지 않으며 단순한 조작으로서도 사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초기 5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5분은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의 시간이라 볼 수 있는데 현장에 관계자가 있고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방차가 오기만 기다린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누구나 약간의 조작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러한 소방시설들을 유사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소방시설 주변에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소화전 위나 주변에 주차를 하는 행위 등은 화재저감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전국 소방관들의 간절한 취지에 반하는 행동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