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영 항만소방서 구조대 구급대원
2012년도 벌써 3월 말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요즘, 입춘도 지났지만 여전히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고 있다. 날씨 탓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독거노인의 구급출동 신고가 끊이지 않아 추위가 더욱 더 혹독하게만 느껴지고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얼마 전, 며칠째 보이지 않는 독거노인의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주변 이웃이 소방서에 신고를 한 적이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을 나갔더니 그 분은 이미 고단한 생을 마감하셨고, 그 분의 방에서 묻어나오는 고독함을 숨길 길이 없었다. 좁고 어두운 방, 차가운 바닥, 쓸쓸하게 누워계시던 독거노인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쪽 가슴이 퀭하게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내가 본 것은 어쩌면 전국의 모든 독거노인들이 처한 현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핵가족화, 고령화로 인해서 전국적으로 독거노인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비해 독거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독거노인 지원비, 독거노인 개인이 혜택 받을 수 있는 의료지원의 제한, 얼마 되지 않는 봉사 물품 지원, 독거노인을 위한 별도의 의료수송체계의 미완 등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의 부족한 지원과 관심 속에 독거노인들은 점점 안전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서에서는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365일 독거노인의 안전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관리 가능하도록 ‘독거노인 안전돌보미’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119 안심콜’을 운영하여 신고하면 바로 평소에 가지고 있는 지병이나 주소 등이 전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평소에 홀로 계신 독거노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나 제도 외에 더욱 필요한 것은 바로 독거노인들에 대한 우리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아닐까 한다. 누구라도 주말이나 공휴일에 독거노인들을 찾아뵙고, 십시일반으로 쌀과 같은 생활필수용품들을 전달해 드리는 것만으로도 독거노인들에게는 당장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도움이 모이고 모인다면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독거노인들을 조금씩 안전지대로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행정적․제도적 지원 대책의 보완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있다면 독거노인들은 추운 겨울을 조금 더 외롭지 않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고 있는 요즘, 주말에 주변의 친구, 가족과 함께 가까운 독거노인들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따뜻한 관심을 나누어 드린다면 좋지 않을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