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 역사를 지닌 대구 불로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70여년의 역사 지닌 시장
‘무침회’로 명성 날리기도

다양한 품목 가득한 5일장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

[천지일보 대구=장윤정 기자] 대구 불로시장에는 전통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는 재래시장 특유의 투박한 인정미가 있으며 각박한 세상 속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문화공간도 마련돼 있다.

또 시장 주변에는 다양한 관광지가 조성돼 있어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구 불로전통시장의 한 상인이 미역을 판매하고 있다. 박스를 잘라 만든 이름표에 손글씨가 정겹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옛 모습 그대로… 도심 속 5일장 체험

불로전통시장은 7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30년대에는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양대 시장으로 불리며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매우 북적거렸던 곳이다.

그 당시에는 나무시장, 우시장(牛市場), 토끼시장 등 품목별로 장이 섰으며, 오징어·소라 등을 넣어 만든 무침회 골목으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 불로동(不老洞)은 왕건이 927년 팔공산에서 벌어진 후백제와의 전쟁(공산전투)에서 패배한 후 이 지역에 이르렀는데 어른들은 전부 피난 가고 어린아이들만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이런 뜻을 담아 이곳을 늙지 않는 시장 곧 불로전통시장으로 명칭하게 된 것이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언제나 활기찬 분위기다. 시장 상인 대부분이 50~70대의 연령대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젊은 사람들 못지않다.

특히 5일장이 들어서는 날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된다. “싸게 주는 거랑께” “으메~그 가격엔 안 되재” 정이 묻어나는 구성진 사투리가 시장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5일장에 자주 온다는 박옥희(59, 여) 씨는 “이곳에서는 다양한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다”며 “가격을 흥정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에는 정말 없는 게 없다. 식자재는 물론이고 목공예품, 화훼류 등 다채로운 물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우연(28, 여, 대구 동구 신천동) 씨는 “5일장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구경거리가 많고 부침개, 국수 등 먹을 거리도 푸짐해 더 재밌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 시장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 맛깔나는 닭발.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시장은 사라져버린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점점 쇠퇴하고 있는 5일장의 그리움과 추억을 불로전통시장에선 느낄 수 있다.

우제일 불로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이곳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역 특산물 판매하고 있다”며 “지난 2009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이후에는 전통과 문화를 접목한 재래시장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다양한 문화공연 관람할 수 있는 어울림극장

불로전통시장은 지난해 8월 어울림극장을 개관해 상인들과 지역민, 방문객들에게 풍부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지 567㎡, 연면적 221㎡의 규모로, 1층은 무대와 무대 대기실, 2층은 문화 사랑방이 조성돼 있다.

이 공연장에서는 장이 들어설 때마다 각설이 타령, 흥부와 놀부 공연, 색소폰 연주회 등이 펼쳐진다. 보다 편안하게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휴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외형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와 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공 디자인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문광부로부터 건축과 문화 디자인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불로전통시장 측은 전했다.

어울림극장 관계자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불로전통시장에서 즐거운 공연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제공: 대구 불로전통시장)

◆ 불로동 고분군, 동구공예전시장 등 시장 주변 볼거리 가득

불로전통시장 주변에는 불로동 고분군, 동구공예전시장 등의 관광지가 조성돼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불로동 고분군은 삼국시대의 고분군으로 사적 제262호로 지정됐다. 이 지역 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토착 지배 세력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으며 211기의 고분이 밀집돼 있다.

해안면 1호분은 표주박 형태를 하고 있으며 매장 주체부는 돌덧널로 이뤄져 있다. 발굴 당시에는 일부가 이미 도굴돼 신라 토기 조각과 금동 말띠 꾸미개 조각만 남아있었다.

해안면 2호분은 산자갈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으며 돌무지무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물로는 신라시대 토기, 철부, 철제 못 등이 발견됐다.

이와 함께 갖가지 공예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동구공예전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공예품은 전국 제품의 70∼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에도 수출하는 등 품질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 공예전시장에서 전시·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은 향나무, 물푸레나무, 오동나무, 박달나무, 느티나무 등 주로 원목을 이용해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 것이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동구공예전시장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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