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사회성’은 인간 생활의 기초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성은 타고 나는 부분과 길러지는 부분이 있다. 가령 아이가 태어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엄마의 눈길과 목소리에 반응하곤 하는데 이는 본능적으로 타고 난 사회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 자극이 없이도 혼자서 피식 웃는 ‘배냇웃음’이나 엄마에게 보다 더 친밀한 미소를 보이는 것 역시 가르쳐서 배웠다고 보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생후 16주쯤 되면 이른바 ‘사회적 미소’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자신을 편안하고 즐겁게 만드는 외부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다. 이미 태생적으로 훌륭한 사회성을 타고 난 아이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다가 부모의 양육 태도와 행동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후 6~8개월의 시기에서부터 만 2~3세까지의 시기에 사회성의 기초 능력을 다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 시기에 엄마와 아이가 안정적으로 애착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가능하다. 애착의 중요성은 지난 칼럼(‘보육 정책에서 애착을 고려하라!’)의 내용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노력하여 ‘안정 애착’을 형성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의 정서적 안정을 유지함이다. 즉 엄마가 자신감을 어느 정도 잘 유지하고 있고,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관리를 비교적 잘 하고 있으며, 남편 및 시댁식구들과의 관계도 좋다면, 아이에게 잘 대해 줄 수 있다. 반면에 엄마가 우울하거나 신경질과 짜증이 많이 나 있는 상태라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비(非)일관적인 양육 태도를 보이게 된다.

두 번째로 챙겨야 할 것은 아이가 보이는 신호에 잘 반응함이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때 이유가 될 만한 것들을 잘 유추해서 원인을 해결해 주고, 아이가 엄마에게 놀자는 신호를 보일 때 가급적 함께 놀아주며, 질문을 던질 때 역시 잘 대답해 주는 것 등이다. 아이는 ‘우리 엄마가 나를 존중하는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되어 자아존중감이 높아진다. 자아존중감은 사회성 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 요건은 아이의 발달 수준 및 심리적 욕구를 잘 이해하면서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아이가 지금 언어적으로 급팽창하는 시기에 놓여 있을 때 엄마가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건네면서 놀아주는 것과 말 한 마디 별로 없이 혼자서 만화 비디오를 보게끔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뛰어 놀기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에게 무조건 집에서 조용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같이 부모의 많은 관심과 노력 끝에 아이가 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된 후 만 3~5세의 시기에는 본격적인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

이 시기에 또래관계를 맺기 시작하는데 아이들마다 이미 조금씩 사회성 영역의 능력 차이가 보이게 마련이다. 어떤 아이들은 잘 싸우지 않고 친구들과 즐겁게 잘 어울리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꼭 대장 노릇만 하려다가 다른 아이와 다투기도 하며, 어떤 아이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곤 한다. 이때 부모의 적절한 도움과 개입이 불가피하다. 공격적 성향이 드러나는 아이는 단호하게 행동을 제지함과 동시에 내면의 공격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체육이나 예술 활동을 배우게 한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아이는 자기주장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하게끔 집에서 연습시키고, 엄마가 친구의 역할을 하거나 서로 역할을 바꿔 마치 연기처럼 실제 상황을 연기해 본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놀려는 아이에게는 친구와 노는 재미를 느끼게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 친구를 초대해서 놀게끔 하는 것이 좋다. 놀이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장난감 동물들이나 퍼펫(puppet) 인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네 이름은 뭐니?” “우리 사이좋게 놀자” “우리 같이 놀이터에 놀러 갈래?” 등의 유익한 대사가 자주 나오게끔 한다. 대한민국 부모의 노력으로 자녀가 훌륭한 사회성을 갖추게 되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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