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살리기22 배병호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연에게 미안해”… 환경보호 실천한 지 15년
“생태보상운동 통해 공기·물에 감사 표현해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돈이 필요한데 우리는 사는 동안 얼마만큼 물과 공기를 공짜로 마시고 있습니까. 정말 자연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 아닐까요?”

긴 수염에 까만 안경, 커다란 등산 가방.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지구살리기22 배병호(54) 대표는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만사를 제치고 나서는 사람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시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에서 만난 그는 길을 걸으면서도 빈 병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보이면 가방에서 봉지를 꺼내 하나씩 집어넣었다. 이처럼 주변의 쓰레기를 주운 지 15년이 넘었단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쓰레기를 줍기 위해 방문하는 생태공원에서 그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저기 강에 얼었던 얼음들이 해빙되는 모습을 보세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여기에 쓰레기를 버렸다가 새들이 먹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비가 오면 고개를 내미는 달팽이와 지렁이가 사람에게 밟힐까봐 노심초사하며 ‘구출작전(?)’에 나선다는 배 대표의 첫 일자리는 의외로 인위성이 많이 가미되는 실내건축이었다.

그는 “건물을 다 부수고 다시 짓는다는 게 자연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건축 자재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나무였고 건축에서 사용하는 접착제 등 재료는 전부 사람에게 유해한 소재들이라서 이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이 매우 큰 딜레마였다”고 회상했다.

자연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을 고민하던 배 대표는 원래 흥미가 있었던 음악에 몰두하기로 했고, 지인의 추천으로 영화 음악을 제작했다. 이후로도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행동의 일환으로 채식을 실천했다. 또 샴푸 사용 자제를 위해 머리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감는 등 일반인이 보기엔 조금 특별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그는 2007년 생태연구회에서 일을 맡게 되면서 생태 복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환경운동가의 길을 걷게 된 배 대표는 현재 두 가지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첫째로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의 사무국을 서울에 유치시키는 것이다.

IPBES는 지난 2010년 12월 제65차 유엔총회에서 설립이 채택된 생물다양성 관련 기구다. IPBES는 오는 4월 사무국이 결정될 예정이며 현재 우리나라는 프랑스, 독일, 인도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 대표는 IPBES 유치를 5년간 준비하고 이를 위해 관련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그는 “IPBES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면서 “국민의 생태 의식 선진화와 생물 산업의 중심국 역할, DMZ 생물다양성 연구를 통한 생태통일 기초 조성 등 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조금은 독특한 명칭을 붙인 ‘생태보상운동’이다. 자연에게 그동안 진 빚을 갚자는 취지다. 이는 1907년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환경과 연결시킨 것으로 배 대표는 국민적 관심과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공기를 마시고 물을 마셨는데도 돈 한 푼 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한 번쯤은 죽기 전엔 물과 공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마신 물과 공기의 비용을 자연에게 내자는 것이죠. 매번 딱딱한 환경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비용을 내면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얻고 동시에 환경 보전 비용까지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나는 자연에게 부끄러운 짓은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생태복지가 180개국 중 162위로 하위권에 속하죠.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환경운동은 단순한 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일단은 탐욕을 버리고 물과 공기에 감사하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감사하는 마음은 동시에 실천으로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작은 실천 하나가 생태와 환경을 살리는 첫걸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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