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순휘 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에 “백전백승 비선지선자, 비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百戰百勝 非善之善者, 非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 했는데, 이는 “백번싸워 백번 승리하는 것은 잘 싸우는 자가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자가 가장 잘 싸우는 자”라고 정의한 것이다. 세계 제2차대전시 1938년 11월 히틀러가 체코를 공갈협박만으로 무혈점령한 전사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당시 히틀러는 가공할 무력시위를 통하여 체코의 저항의지를 말살하고 항복을 받아들이도록 했던 것이다.

한반도가 1953년 7월 27일 정전(停戰)이후로 전쟁의 위협에 시달려온 지도 어언 59년이 되고 있다. 종전(終戰)이 아닌 휴전(休戰)인 대치상황에서는 일방의 선전포고 없는 공격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국면인 것을 유의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 한반도에는 핵의 먹구름이 드리워져있는 것이다. 애써 북한 핵에 대해 회피하고자 하나 기정사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의 북한은 이미 2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자칭 핵국가(a nuclear nation)로서 세계에 선언을 한 상태이다. 반면에 우리는 핵맹(a nuclear blind)이되어서 안보위기의 실상을 못보고 있으며, 공격대상국인 입장임에도 6자회담 틀에서 애매모호한 시간낭비를 거듭하고 있다. 이것이 공산주의자와의 회담이 헛된 망상이라는 점을 검증한 성과인 것이다.

지난 2월 27일자 미국의 세계적인 언론지 타임(TIME)지에서는 ‘핵국가의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 북한의 김정은의 기괴한 세상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빌 파엘(BILL POWELL)의 특집을 다루었는데 이미 타이틀에 북한을 “핵국가(a nuclear nation)”로 표기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엔 서방의 정보전문가들은 북한이 8~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가공(可恐)할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러한 결과가 지난 2003년 8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소위 ‘북한핵 6자회담’의 결산인 것이다. 8년 7개여 월 동안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회담쇼에 매달려서 대화해온 결과라는 생각을 해보면 기가 막힌 노릇 아닌가? 미국과 한국은 의장국을 맡겼던 중국의 편파묵인 전략과 북한의 지연사기 전략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고, 결국 돌아온 것은 최악의 결과인 것이다. 물론 한미 공조 전략이 부재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전략으로 경제제재 등 지속적인 압박전술을 구사한 바 있다. 북한핵 게임은 아직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줄다리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2월 29일 밤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사전조치’와 ‘식량지원’을 교환하는 양국 합의사항은 2005년 9월 19일 공동발표문(Joint Statement)수준의 원론적인 확인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잠정중단) 선언, 정전협정 준수 등 미국과 한국이 제시한 비핵화 사전조치를 대부분 수용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전격적인 합의였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이미 북한이 핵무기의 생산, 저장, 통제, 보안, 경계조치까지 다 마쳤다는 의미라고 본다. 남조선을 모니터링할 충분한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식량원조라는 실익을 챙기면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다지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북한에 식량지원을 통해 신뢰구축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성과가 필요한 미국 오바마 정부의 갈급한 사정과 맞아떨어지는 국면이 된 것이다. 여기에 우리사회의 핵주권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문제의 핵심은 북한핵의 목표물인 대한민국의 과제인 것이다. 앞으로 있을 6자회담과는 별개의 문제로서 우리는 핵안보를 검증해야 한다. 3월 26~27일 개최하는 2012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한․미정상은 북한 핵위협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의 변화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극비리에 전술핵 배치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채택될 ‘서울 코뮤니케’에서는 반드시 의장국으로서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강력한 의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경고를 담아내야 할 것이다. 한국민의 북한핵에 대한 우려와 입장을 알려야 한다.

국방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핵문제에 대한 조치를 연구하고, <북한핵전담TF>를 24시간 가동하고, 합참직할로 북한핵 공격을 책임진 ‘합동타격부대(Joint Strike Task Force)’를 창설해 유사시 선제기습제압을 해서 무력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아덴만에서 능력을 보여준 특수전부대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방공요격시스템을 조기에 전투 편제화해 북한의 비대칭전력의 무력화를 대비해야 한다. 최근 과거와 달리 일련의 대남 공갈협박이 빈발하는 것은 북핵무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만큼 북핵의 위협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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