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밀실 자료는 살인 병기”
정몽준 “남의 도덕 심판은 위선”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가 4.11 총선을 앞두고 초토화됐다. 그간 계파 지분을 행사해왔던 수장들은 2차 공천명단 발표와 함께 측근들의 ‘줄 낙천’을 지켜봐야만 했다. 수장 자신들도 겨우 목숨만 부지한 상태다. 일각에선 머리만 남고 수족이 잘린 꼴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과 또 다른 수장급인 정몽준 의원은 2차 공천명단에서 측근들이 줄줄이 탈락하자 지도부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컷오프 자료 공개를 요구하면서 “밀실 자료가 반대자들에게 정치적 살인병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하다면 본인에게만 보여주고 설명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공정이고 신뢰”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긴 말은 하지 않았다. 반발 확산에 따른 당 분열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무엇을 위한 공천인가’라는 글에서 “남의 도덕을 심판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위선으로 흐를 수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도덕성을 최우선 공천 기준으로 삼은 것을 비판한 말이다. 그는 “정당은 종교단체가 아니고 정치인은 성직자가 아니다. 지나치게 도덕을 강조하면 독선과 위선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도덕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정체성도 중요한 평가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2차 공천명단에서 탈락한 현역 지역구 의원 16명 가운데 11명 정도가 친이계로 분류된다. 이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진수희 의원을 비롯해, 정 의원의 측근인 전여옥, 정미경 의원 등은 전략지역 지정에 따라 탈락 가능성이 커졌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친이계 학살’ ‘보복 공천’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계파 수장들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이 의원 자신도 절체절명의 순간을 겪어야 했다. 그의 공천을 담은 1차 공천안에 대해 비대위와 공천위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하루 사이에 목숨이 왔다 갔다한 것이다. 이 의원과 함께 공천권을 거머쥔 윤진식, 전재희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도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축에 속한다.

사실 그동안 비대위원들을 중심으로 ‘MB 실세 용퇴론’이 제기되면서 이재오, 정몽준, 안상수, 홍준표 의원 등의 공천 전망이 불투명했었다. 당 대표를 지냈던 친이계 안상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의왕·과천이 전략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아예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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