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필자는 사석에서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경선에 대해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가 많다. 최적의 국민참여 방식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조직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많은 정치후보자들에게 당대표 경선에서부터 현재까지도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토로를 들은 바가 많다. 하지만 총선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당에 공식 거론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자들은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부터 공천에 따른 경선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총선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유권자들로 인해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인명부를 만들어 모바일 선거인단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하러 다니는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의 싸늘한 관심과는 별개로 모바일 선거인단의 유치는 그야말로 공천에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발적 유권자들이 현재의 모바일 선거인단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보다 지방권으로 갈수록 그 심각성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선거란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임은 분명하지만 노인층이 많은 지방도시의 경우에는 모바일 선거인단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으며, 이 때문에 선거조직들이 대신 해주는 경우까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광주 동구 계림동에서 이뤄진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둘러싼 조직선거는 전직 동장 조모(65) 씨의 투신자살 사건으로 파문이 확대되었다. 지난 2일 광주 동구 계림1동 ‘모바일 투표 대상자 선정실적’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구 관계자, 주민 등 48명은 1200명 모집을 목표로 실적을 관리해 왔으며, 문건이 작성될 당시 목표인 1200명 달성을 눈앞에 두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선거인 모집자 명단과 함께 예금통장 9개, 2012 주민등록일제정리 세대명부 등이 선관위에 의해 현장에서 압수되어 검찰에 넘겨졌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경선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경선 선거인단 불법 모집 의혹을 제기하며 “비밀, 직접선거라는 선거의 기본조차 부정하는 부정선거의 극치”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 위원장은 강원 원주 동화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통합당 경선과정에서) 불법으로 돈을 주고 대리로 선거인단을 모집해 왔다”고 밝혔으며, “모바일 경선으로 인해 지금 자살사태까지 일어났다”고 전제한 뒤, “이런 식의 모바일 경선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근본을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이 사태의 수습을 위해 광주 동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은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러한 결정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결정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것이 아니라면 벌써부터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확신하고 치부만 잘 덮으면 승리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한 대표가 보기에는 현재의 민주통합당 모바일 선거인단의 대부분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지금 유권자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총선에 관심조차 없는데 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조직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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