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오래 전 서울 모 외국인학교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보고 아주 부러워 한 적이 있었다. 이 학교 총무부장으로 재직한 대학 친구가 체육 프로그램의 각 종목 심판과 코치를 맡을 사람의 추천을 의뢰, 자문을 해주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운영 실태를 직접 접할 수 있었다. 초‧중‧고가 함께 있는 이 학교는 체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학생들은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좋아하는 한 종목을 선택해 집중 연마하고 축구, 농구, 하키 단체 종목 등에도 적극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기량을 쌓으면서 조직생활의 틀을 배우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체육은 주요한 교과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봄·가을 각각 스포츠 페스티벌을 별도로 열어 1주일간 다른 과목 수업을 밀어내고 체육 프로그램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주 특색이 있었다.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교과목을 운영하는 미국식 교육을 하면서 한국의 스포츠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장점을 적절히 접목시켜 활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려는 학교와 선생님의 배려, 탁월한 스포츠 시설 등은 체육을 등한시하는 우리의 교육환경과는 너무나 달랐다.

오는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체육의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말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스포츠 활동을 적극 강화하자는 여론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각급 일선 학교 등이 주축이 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원과 공부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육 활동을 실시토록 하자는 것이다. 올 봄 새 학기부터 주 5일제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돼 학생들이 시간적 여유가 생김으로써 동아리 클럽도 활성화 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적절한 시기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학습 부담, 컴퓨터게임과 TV 시청 등으로 운동량이 부족해 비만이 증가하고 체력이 저하되는 비정상적인 교육적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학교에서 체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주변 교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학원 다니고 산적한 학교 숙제를 하느라 운동은 뒷전이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영국의 이튼스쿨처럼 학생들이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던 다짐은 일선 교육 현장에선 그야말로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학교의 체육시간은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수를 줄이고, 또 운동에만 전념하는 학생 선수들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라고 낙인찍는 체육 경시풍조가 곳곳에 만연했다. 이러한 체육 경시풍조는 학교폭력 등 학생들의 심각한 일탈 현상의 부작용을 낳게 했다는 게 일선 학교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체 활동 욕구가 왕성한 시기에 공부에만 내몰린 청소년들은 각종 불안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력과 탈선 행위 등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칙 존중, 인내력, 단결력을 익힐 수 있는 체육 활동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게 최근 교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학교체육 활성화 방안으로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중학교 체육수업시수 확대,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지원, 토요 스포츠 강사 확대 배치, 우수 중학교 스포츠클럽 지원, 전국 학교 스포츠클럽 종목 확대, 스포츠 스타 1000명 명예 체육교사 위촉, 학교체육 활성화 창의 경영학교 확대 등이다. 일반 학생들의 체육 활동 강화를 통해 건강 체력을 증진하고 바른 인성 함양과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려는 게 교육적인 목적이다. 현재 학교체육 활성화의 롤 모델은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은 체육 선진국이다. 미국 등 체육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체육 활동을 강화하고 공부하는 학교 운동부 문화를 정착시켜 건강한 시민, 건전한 국민으로 성장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체육 활성화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해 나름대로 명분을 갖추고 있지만 성과 위주의 합목적성을 추구하는 교과부 등 행정 당국의 조급함으로 지시형, 타율적인 행정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체육의 주체인 학생, 학교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중심이 돼야 하고 행정 당국이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세워 체계적으로 행정 지원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체육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 준 서울 모 외국인학교 사례도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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