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목사 문제 이후 무인가신학교 논란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한국교회의 분열이 최근 목회자들 간 교계 파행의 원인으로 회자되는 가운데 교회 분열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로 무인가신학교 난립이 꼽혔다.

무분별한 신학생 배출은 이근안 씨 목사안수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더욱 큰 화두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미래목회포럼 주최로 열린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이란 포럼에서 전병금(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회장) 목사는 신학교의 난립을 교회분열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전 목사는 질이 떨어지는 목사가 배출되고 있는 오늘날 교계 현실을 꼬집으며 이에 대해 “한국교회가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무인가신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존립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게 전 목사의 해석이다.

그는 “무인가신학교가 장로교에만 200여 개가 있다”며 “신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진 결과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에만 집착하는 ‘교회성장 지상주의’를 추구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무인가신학교에 대한 논란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개혁 측 전 목사였던 이근안 씨 안수문제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씨가 지난해 12월 30일 별세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전 상임고문을 고문한 ‘고문기술자’로 알려지면서 그의 목사안수를 철회해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결국 이 씨는 지난달 14일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아울러 이 씨의 목사안수과정과 그가 졸업했다는 무인가신학교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 씨는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한 혐의로 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통신교육으로 신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출소 후 그는 총회신학대학원과정을 마치고 2008년 10월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 씨가 목사안수를 받은 예장합동개혁 측은 1985년에 만들어진 교단이다. 이 교단은 서울 인천 경기 등에 15개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무인가신학교로 알려졌다. 전공필수과목은 9개에 불과해 마음만 먹으면 2년 안에 학교를 졸업하고 목사안수도 받을 수 있다.

이 교단은 26년밖에 안된 신생교단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6600여 명의 목회자와 3600여 개의 교회가 속해있어 100년의 역사를 가진 예장통합과 합동과 함께 장로교 3대 교단으로 성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는 인사에게 성직을 부여하는 것은 성직제도 자체에 대한 왜곡”이라며 “단지 교단 확장 차원에서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없이 안수를 주는 것은 한국교회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근안 씨 목사직 박탈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지난달 19일에는 MBC뉴스데스크에서 돈만 내면 일주일 만에 목사 자격증을 만들어주는 모 신학교의 실태가 방영돼 충격을 안겨줬다.

보도에 따르면 A신학교를 운영하는 인천의 한 목사는 500만 원만 내면 다른 정규 신학 학위는 물론 목사 자격증도 만들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다른 신학교 역시 100만 원에 유명신학대학 학위로 세탁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이 방영돼 돈으로 사고파는 무인가신학교 난립의 실태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게다가 국내에서 무인가신학교로 목회자를 배출하는 교단은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신학교 난립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인가신학교뿐 아니라 정식인가를 받은 신학교의 부패도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청이 마련한 시민발언대에 나선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왕선 씨는 현 신학교의 실태를 비판했다.

박 씨는 “말씀을 전하는 목사가 되겠다는 순수한 사명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입학했지만 정작 중요한 성경말씀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하나님도 말씀도 없는 신학교를 떠나겠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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