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에세이] 한의학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허준박물관’
[박물관 에세이] 한의학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허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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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명의 허준을 만나다

[글마루=이지수 기자] ‘ 동의보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조선 최고 명의, 허준. 그를 모르는 한국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이 알려진 것에 비해 허준에 관한 역사적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설과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허준의 모습은 과연 진짜일까. 허준을 소개하고 그가 남긴 업적을 기리는 허준박물관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초상화(사진제공: 허준박물관)
허준, 그는 누구인가

서울시 강서구에서는 허준의 업적과 박애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5년 3월 ‘허준박물관’을 건립했다. 이곳은 허준의 출생지이자 ‘동의보감’ 집필장소이며 그가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허준기념실, 약초·약재실, 의약기실, 체험공간실, 내의원과 한의원 등으로 구성된 허준박물관에서는 허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허준기념실에서는 동의보감을 비롯해 허준이 집필한 의학 저서들과 그의 생애를 소개하고 있다. 허준박물관 김쾌정 관장은 실제 허준의 출생과 생애는 소설이나 드라마로 알려진 것과 상당한 부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허준의 스승으로 알고 있는 유의태는 실존인물이 아니에요. 소설과 드라마에서 만들어 낸 허구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허준의 스승은 누구였을까. 몇 해 전 드라마에서 허준과 라이벌 관계로 설정된 양예수라는 인물이 실제로는 허준의 스승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는 스승 유의태의 시체를 해부하는 일도 그야말로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허준의 실제 부인은 안동 김씨였으나 소설을 통해 전주 이씨로 잘못 알려졌고, 허준의 부모에 관한 부분과 출생지 등에서 소설, 드라마 내용과 실제가 차이를 보인다. 김 관장은 허준에 관해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는 것도 허준박물관의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허준의 저서로는 동의보감뿐 아니라 산부인과 전문의서 ‘언해태산집요’ 위급한 상황이나 생명이 위태로울 때 처치하는 법 등이 기록된 ‘언해구급방’ 두창(천연두) 전문의서인 ‘언해두창집요’ 등 총 8권이 있다.

세계가 인정한 기록문화 ‘동의보감’

“하늘에 사계절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다. 하늘에 오행이 있으니 사람에게 오장이 있으며 하늘에 여섯 극점이 있으니 사람에게 육부가 있다…(중략) 사람의 열두 경맥은 하늘의 12시를 본받고 사람의 스물네 개 혈 자리는 하늘의 24절기를 본받는다. 또한 하늘에 365도가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365관절이 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 눈과 귀가 있다. 하늘에 낮과 밤이 있듯이 사람에게 잠듦과 깸이 있다.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기쁨과 노함이 있다…(중략)” -동의보감 서문 中-

임진왜란으로 큰 혼란을 겪은 조정이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고 있던 1596년. 당시 선조(조선 제14대 왕, 재위 1567∼1608)는 허준을 불러 명했다.

“요즘 중국의 방서를 보니 모두 자잘한 것을 가려 모은 것으로 참고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너는 마땅히 온갖 처방을 덜고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라.”

선조의 명으로 집필한 ‘동의보감’은 2009년 그 우수성을 세계인에게 인정받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동의보감실에는 총 25권의 ‘동의보감’이 원본 그대로 전시돼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 집필을 마치기까지 14년이 걸렸다고 한다. ‘동의보감’ 내용을 보면 몸의 형체를 흙·물·불·바람의 기운 즉, 몸에서 딱딱한 것은 흙, 흐르는 것은 물, 호흡은 불, 정신적인 것은 바람에 속한다며 이 네 가지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명을 유지한다고 저술하고 있다.

또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정·기·신(精氣神)을 보양해야 하는데 이를 인체의 삼보(三寶)라 한다. 여기서 몸의 근본은 정이요, 신을 주관하는 것은 기요, 만물을 낳고 변화시키는 것은 신이라 주장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사람의몸을 우주와 연결해 생명의 근원이 우주의 근원과 같다고 해석했다. 또한 의학과 종교적 세계관을 함께 도입한 것이 ‘동의보감’의 특징이다.

▲ 허준박물관 동의보감실(사진제공: 허준박물관)

한의학의 모든 것

허준박물관에는 허준의 업적에 관한 유물뿐만 아니라 한의학 자료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약초·약재실에는 감기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쌍화탕, 피로와 기력부족에 도움이 되는 십전대보탕, 혈뇨나 허리통증, 탈모에 효과가 있는 육미지황원 등 각종 약초의 약재료가 전시돼 있다.

약초·약재실을 지나 의약기실로 가면 침이나 뜸, 채약도구와 약탕기 등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각종 의약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은침통과 아기자기한 침통까지 선조의 멋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내의원, 전의감, 혜민서, 활인서, 제생원 등의 의료기구가 있었다. 이 가운데 내의원, 전의감, 혜민서는 ‘삼의사’라 하여 조선 시대 왕실 의료기구 역할을 했다.

허준박물관의 내의원·한의원실에는 조선시대 궁 안에 있는 내의원과 한의원의 모습을 축소해 그대로 옮겨 놓았다. 약을 달이는 의녀와 진맥 중인 의관의 모습 등이 모형으로 세밀하게 표현돼 조선 시대 내의원의 생활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당시 의관은 과거 시험 중 잡과 시험을 통해 선발됐다. 시험에 응시할 의원에 대한 교육은 주로 전의감에서 이뤄졌으며 응시자 중 처음에는 양반 자제들도 있었으나 점차 중인출신들이 응시했다. 지금은 의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만 당시에는 의과를 ‘잡학’이라 여겨 기피했었다. 의녀 제도는 조선 태종 6년(1406)에 허도의 건의로 실시됐다. 이 제도가 생긴 이유는 양반 부녀자들이 병이 생겨도 남자 의원에게 진료받기를 부끄러워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 의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관아의 여종인 관비의 딸이었고 교육은 제생원에서 담당했다. 한의원 의원들은 ‘동의보감’ ‘의학입문’ ‘방약합편’ 같이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꾸며진 의서를 공부했고 점차 많은 수의 한의원이 생겨나면서 민간의료를 선도해 나갔다.

특별한 공간‘옥상’

▲ 허준박물관 조감도
박물관 옥상에는 한강과 가양대교 강 너머 은평구, 일산 등지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지난 2006년 8월 서울시 우수 조망점으로 선정된 명소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기념사진촬영 공간도 있어 허준박물관에서의 추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옥상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있는데 다양한 약초들을 볼 수 있는 ‘약초원’이 바로 그곳이다. 평소에 약초를 볼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신기하고 재밌는 체험공간이 된다. 허준박물관은 어른들도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지만 특히 아이들에게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교육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어른은 800원, 어린이는 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김쾌정 관장은 허준박물관이 명의 허준의 삶을 엿볼 수 있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 한의학의 기초지식을 쌓을 수 있는 교육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심 속 한의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허준박물관. 그곳에는 신묘한 의술로 박애 정신을 실천한 허준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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