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현실적으로 퇴근 후 집으로 바로 향하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저녁 시간을 재충전 시간으로 활용해야 다음 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품고 살지만, 막상 퇴근을 하면 휴식은커녕 이런저런 약속 때문에 술집이나 음식점으로 향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일도 없는데 “야근이나 해야겠다”면서 회사에 남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헛되이 저녁을 보내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더 이상 저녁 시간에 피로만 쌓지 말고 ‘생산적인 딴짓’을 해보라”고 권유하며 ‘생산적인 딴짓’을 하면서 알차게 퇴근 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맥락에서 책은 저녁 시간을 활용해 제2의 직업의 길을 걷는 사람의 일화, 낭만적인 예술가로 저녁 시간을 보내는 사람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퇴근 이후를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한다.
이 중 현실 앞에서 눌러두었던 끼를 저녁 시간을 통해 발산하는 사람들의 일화는 신선하게 다가 온다.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A씨는 장래희망란에 늘 ‘모델’을 적어왔었다. 그러나 외모 콤플렉스로 모델을 포기하게 됐다. 그 와중에 A씨는 DSLR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동호회 회원들이 대부분 피사체나 풍경을 찍기를 좋아했다면, A씨는 반대로 찍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배경 속 인물이 필요할 때면 A씨가 등장해 화사한 미소와 포즈를 선보였다. A씨는 시간이 갈수록 끼가 늘어났고, 가끔은 패션잡지 화보처럼 콘셉트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면서 살아 있는 희열을 느꼈다.

그러나 대기업 계약직 사무직원인 그녀는 동호회 출사 이외의 생활을 단조롭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그녀에게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평소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고 매일 출석체크를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며 애용하던 쇼핑몰에서 착용후기 사진을 올리면 포인트를 배로 적립해줬는데, 그러던 중 독자모델을 뽑는다는 공지를 내놨다. A씨는 그간 찍은 수많은 사진을 엄선해 응모했고, 독자모델이 될 수 있었다.

A씨는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독자 피팅모델 촬영 날을 기다렸다. 게다가 모델이 되려고 자기 관리를 하면서 점점 예뻐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진심을 다한 촬영을 했고, 그동안 감추고 눌러왔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시간당 만 원씩 받는 시급도 제법 괜찮았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래희망에 기입해왔던 ‘모델’의 꿈이 이뤄졌다는 행복감이 A씨를 설레게 했다.

급기야 활기차고 아름다워진 A씨에게 반해 대시하는 남자 사원들이 생겨났다. A씨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책은 이처럼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우리에게 ‘달콤한 저녁’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윤정은 지음 / 팬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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