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사퇴서를 제출했다. 파문의 발단이 자신의 경선 캠프에서 있었던 일이니만큼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퇴를 질질 끌어온 모습이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어떻게 해보려다가 여의치 않으니 포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 의장은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돈봉투를 하나의 관행인 것처럼 설명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전당대회 특성상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관행들이 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간 수많은 이들이 서로 돈봉투를 건네고는 쉬쉬하고 입막음을 해왔다는 게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엄연한 범법행위를 관행으로 치부하는 의식이다. 이유야 어떻든 선거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면 매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돈을 많이 쓴 사람과 적게 쓴 사람, 아예 쓰지 않은 사람의 경쟁이 공정하게 될 리가 없다. 유권자의 뜻을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나쁜 행태를 관행이나 분위기 차원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잘못된 관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이번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돈봉투 파문에 휩싸인 새누리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을 지지하고 대표로 뽑았던 당원들은 지금 그의 씁쓸한 결말을 지켜봐야 했다. 돈봉투 관행이 없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참에 돈봉투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이 책임지고 갈 일이 아니다. 잔뿌리까지 모두 뽑아 없애야 한다. 특히 박 의장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주변인의 선처를 호소한다고 해서 검찰이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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