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고종 제13대 중앙종회의장 도산스님이 지난 7~9일 제주도에서 열린 중앙종회 신년 워크샵에서 개회사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태고종 제13대 중앙종회 전반기 의장 도산스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태고보우 국사를 종조로 모시는 한국불교태고종은 한국불교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대표 종파이다. 태고종 제13대 중앙종회 전반기 종회의장에 당선된 도산스님은 재임 기간 종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는 태고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산스님은 “태고종 보우승가회 회장시절 종단의 나아갈 방향을 여러 차례 얘기를 했다. 그러나 종단 내에서 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며 “그래서 중앙종회 의장선거에 뛰어들게 됐다. 종단이 어려울 때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종단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내가 종단에 요구한 것은 ‘소통’이다. 종단의 권력을 쥔 교역직 스님들이 종도들을 억압하는 일이 예전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 종도 간 소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스님은 “임기 2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총무원, 교구 종무원, 종도들 간 소통의 자리를 마련, 종단 전체 조직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신뢰 속에서 발전하는 하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도산스님은 “이제는 교육직 스님들이 책임감 있는 자세로 불자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 종도에게 먼저 요구하는 것이 아닌 솔선수범을 통해 소통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종회의 변화를 예고했다.

태고종은 수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불신이 초래한 결과이며 대화가 단절되고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다 보니 불신이 쌓여서 불협화음이 일어나 쉬운 문제도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태고종단은 개사(개인이 운영하는 사찰)의 권한이 크다. 그러다 보니 총무원도 전 사찰에 미치는 영향력이 타 종단에 비해 약한 것이 사실이다.

도산스님은 “이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지만 교역자 스님들이 마음과 몸을 낮추고 종도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이려 한다”며 “‘소통하는 종단’으로 변모하는 승풍(僧風, 종단의 이어져 오는 수행분위기)과 바람직한 수행자 상 확립을 이루고 싶다”는 각오와 의지를 드러냈다.

▲ 태고종 중앙종회의장 도산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종회 각 기관 역할 증대로 종단 발전 이바지
중앙종회의 역점 사업 중 하나가 종회 5개 분과위원회의 활성화이다. “지금까지 분과위원회 간 교류가 미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그는 분과위원회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중앙종회의 기능이 살아나 종단 발전에 큰 힘을 보탤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

도산스님은 중앙종회 내에 고충처리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종단 현안 문제로 종도들이 갈등을 겪을 경우 종회가 나서서 서로의 입장을 듣고 조율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통기구이다.

스님은 “또 개개인이 사찰을 운영하는데 사회법을 몰라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법률기구’를 종단 내 설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종단 스님과 불자들이 사회법에 저촉돼 불이익을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백우정사 기부… ‘불사 기부문화’ 조성
도산스님은 주지로 있는 백우정사(약 10억 상당)를 태고종단에 기부했다. “11살에 출가해 승려의 길로 나아왔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 모든 것은 부처님이 주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부처님의 재산이기에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전할 수 있는 도량을 마련하기 위해 기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이 일은 누구든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를 계기로 종단 내에서도 불사 기부문화가 조성되고 활성화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기부의 의미를 전했다.

종단 발전에 어떤 역할이나마 밑거름이 되는 소승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도산스님은 “임기 동안 꽃을 피우고 결과를 얻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종단이 발전하고 불교 중흥에 미약한 힘이라도 보탬을 주고자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인정받는 스님 모시는 것 또한 제 소임”
도산스님은 종단을 이끌어가는 총무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종단의 위상·신뢰 회복, 종단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기에 18개월 후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산스님은 종헌·종법에 명시된 선거법을 개선해 종단 안팎에서 인정하는 스님을 모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종단을 안정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총무원을 비롯한 각종무기관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돕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비판하고 감시해 종도의 권익을 해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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