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고구려, 백제, 신라를 일컬어 삼국이라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인 다음(daum) 카페에서도 삼국이 존재한다는 말을 들었다. 소위 ‘소울드레서’ ‘쌍화차 코코아’ ‘화장발’이라는 세 카페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각각 의류․성형․화장이라는 여성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다. 이 세 카페는 회원수만 무려 60만 명에 이르고 대표적 뷰티․미용 전문 여성커뮤니티임에도 불구하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YTN․MBC 파업, 4대강 및 한미 FTA 반대 등 사회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며 참여를 해 왔다. 이 때문에 다음 카페의 삼국을 여성민심의 한 축으로 보는 견해마저도 있다.

이러한 소울드레서, 쌍화차 코코아, 화장발 회원들이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6일 오후 해당 커뮤니티에 성명서를 올려 “이 사건의 본질은 비키니로 드러난 표현의 자유가 아닌 코피를 통해 드러난 여성을 보는 시각의 문제”라며 “이 사건은 ‘비키니 사건’ 대신 ‘코피 사건’으로 불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지금까지 나꼼수 멤버들이 보여주었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성명서는 그들의 그간의 행보를 폄훼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힌다”고 말한 뒤, 이어 “비키니 시위 사진을 소비하는 일부 남성들의 관점에 우려를 표했고 트위터 등을 통해 나꼼수에서 사건을 진정시켜주길 촉구했으나,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는 사진 공개는 메시지 대신 가슴을 부각시키며 주객을 전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코피’ 발언은 그들이 남성 위주의 사회적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며, 여성을 성적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한낱 눈요기거리로 삼고 남성의 정치적 활동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상 정도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마저 여성인권에 무지하다는 현실을 깨우쳐 주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동등한 동지라고 여긴다면 최소한의 소통은 이루어져야만 했다”며 “‘비판’이 ‘전투’가 되고 ‘의견’이 ‘총알’이 되고 ‘소통에 대한 요구’는 ‘알바’로 취급된다는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성명서에서는 마지막으로 “나꼼수 역시 정봉주 수감 이후 대안언론, B급 방송이 아닌 정치적 주체 중 하나로 위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자각하고 진정한 진보적 인사가 되기 위해 정치적 사안 외에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가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며 맺었다.

소울드레서, 쌍화차 코코아, 화장발 회원들은 “우리를 나꼼수를 통해 계몽된 여성으로 보는 시각과 조중동의 알바로 치부하려는 시각 모두를 거부한다”며 이를 진보의 분열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한간에서는 이들 성명서를 보고 전문가가 아닌지 배후새혁을 운운하기도 했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기대에 비해 삼국카페의 여성들은 실제로 너무도 평범한 주부요, 직장인이고, 우리네들의 딸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나꼼수의 지지자들은 나꼼수가 ‘해적방송’ ‘B급문화’를 강조하며 사과 요구를 회피하려 하지만 더 이상 나꼼수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은 B급이 아니다. 현재에 있어서 나꼼수는 진보를 대표하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 역시 느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나꼼수는 괴물과 싸워간다며 괴물을 닮아가는 그런 꼴이 아닌가 싶다. 아니 어쩌면 이미 괴물이 되어 있는 거대 권력으로 부상한 거만감은 아닐까 싶다. 언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오만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에 대한 편견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진보를 대표하는 대중적 인기를 누린 이상 침해해서는 안되는 영역이 있는 게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괴물을 닮아버린 괴물이 되는 게다. 내 생각과 다르다 해서 욕설이 난무하고 성적 비하 발언을 해도 전혀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 괴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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