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의원실 300만원 등 '살포 경로' 드러나
다른 의원실 수사확대 여부 관건

(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이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소환을 통보함에 따라 전대 당시 표를 돈으로 사들인 '검은 거래'의 실체가 머지않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사를 통해 고승덕 의원실에 전달된 300만원과 안병용(54.구속기소)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돌린 2천만원을 살포한 과정은 대체로 윤곽이 드러났다.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명진(40)씨의 진술 등에 따라 한나라당 전 의원실에서 전대를 앞두고 박희태 후보 캠프로 합류한 곽모(33)씨가 전대 2~3일 전 고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린 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고 의원실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은 고씨는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 전 수석에게 보고하고 캠프에서 재정·조직업무를 맡았던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봉투를 전달했다.

안 위원장이 여의도 대하빌딩 캠프 사무실의 김 전 수석 책상에서 들고 나온 2천만원은 5명의 구의원들에게 건네졌고, 이튿날 두 명의 구의원이 다시 캠프 사무실에 돈을 반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두 갈래로 뿌려진 돈 봉투 살포 경로가 다 드러난 셈이다.

이런 진술과 정황을 종합하면 검찰은 돈 봉투 전달을 지시한 윗선에 김 전 수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다.

검찰이 오는 15일 출석하도록 한 김 전 수석의 신분을 '피의자성 참고인'으로 규정해 사실상 피의자로 조사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따라서 이제 관심은 검찰 수사가 '고승덕 의원실 300만원'과 '안병용 당협위원장의 2천만원'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원실까지 확대될지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 여러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렸음을 암시하는 진술과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된 곽씨는 검찰과의 전화조사에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아니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고 의원실에 갔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갔을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진술이다.

곽씨는 또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의 책상 아래에 봉투가 있는 걸 봤고 옮기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투를 돌릴 곳이 여러 군데였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러시아에 체류 중인 곽씨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 귀국을 요청하고 있지만 쉽게 귀국할지, 돌아오더라도 구체적인 진술을 할지는 미지수다.

또 고씨는 특정인사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캠프에 있을 때 일부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10명, 20명 등으로 돈을 받은 의원들의 수를 추정하는 전언도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는 복수의 직원이나 보좌진에게 돈 봉투 전달 심부름을 시켰고, 돈 봉투를 받은 의원 역시 복수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느냐에 있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추측성인 말들은 있었지만 우리가 확인해야겠다고 할 정도의 진술이나 실명 언급은 없었다. 준 사람이 줬다거나 받은 사람이 받았다고 하기 전에는 나아가기 힘든 부분"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김 전 수석과 조 수석비서관 등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김 전 수석의 조사 결과에 따라 박 의장의 소환과 사법처리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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