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이상 증권잔고 늘고 3천만원미만 줄어

(서울=연합뉴스) 최근 주식과 펀드,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1억원 이상의 증권 잔고를 보유한 고액자산가의 비중은 크게 높아지고 3천만원 미만 소액자산가들의 비중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쪼그라든 중산층(Squeezed Middle)' 현상이 증권 고객 잔고 변동 추이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이는 고용불안, 자산가치 하락, 가계부채 부담과 사교육비용 증가 등 중산층의 경제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져 이들의 투자여력이 감소한데다 변동성 장세에서 고액자산가들보다 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의 최근 2년간 고객 수와 잔고 변동추이를 분석한 결과, 1억원 이상 고객의 수는 작년 말 현재 5.0%로 2009년 말의 4.4%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이들 자산의 비중은 63.5%로 2년전의 56.4%보다 7.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고액자산가의 수보다 이들의 자산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는 의미다.

중산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3천만원 미만의 소액 자산가의 수는 작년 말 현재 84.0%로 2년전의 84.7%보다 0.7% 포인트 낮아졌다. 이들의 자산규모는 5.0%포인트 떨어진 16.1%였다.

3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고객 수는 작년 말 11.0%로 2년전보다 0.1%포인트 늘었지만 자산규모는 22.5%에서 20.4%로 2년 사이에 2.1%포인트가 낮아졌다.

이런 현상은 우리투자증권에서도 나타났다.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고객 수는 작년 말 현재 7.65%로 2년전의 6.84%보다 0.81%포인트 늘었다. 이들의 자산 비중은 83.73%로 1.3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3천만원 미만의 고객의 수는 1.55%포인트 감소했고 이들의 자산비중도 0.89%포인트 낮아졌다.

또 3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고객 수는 0.74%포인트 늘었지만 자산비중은 오히려 0.50%포인트 떨어졌다.

고액자산가와 소액자산가들은 자산운용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들은 복합상품 투자비중이 소액자산가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복합상품은 자산구성이 다양화한 상품을 말한다.

복합상품 투자비중의 경우, 1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은 29.3%를 차지했고 1억원 미만 자산가들은 13.9%에 머물렀다.

반면, 1억원 미만 자산가들은 투자위험 부담이 많은 주식자산 비중이 60.6%였다.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의 55.0%보다 5.6%포인트나 더 높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지언 선임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주식 상승분을 고액자산가들이 더 가져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주식투자에서도 양극화 조짐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고액자산가들이 정보면에서 소액투자자들보다 유리하고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위원도 "고액자산가 비중 상승은 자금 여력이 빠듯해진 중산층이 금융위기 이후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대출상환 등 생활자금 부담 증가나 주식시장 변동성을 견디지 못해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위원은 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고객자산가들은 무리한 수익률보다 자산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운용을 하기 때문에 불과 2년 사이에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인형 연구위원은 "주식 투자자들을 중산층 이상으로 본다면 중산층 이상에서 일어난 양극화 현상을 일부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조사대상 기간이 2년밖에 안 돼 양극화의 완벽한 증거라고 주장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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