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황식 국무총리는 6일 "교사와 학교, 학부모와 정부,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나부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학교폭력 근절과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연말 꽃과도 같은 어린 학생들이 선택한 죽음이 지금도 제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준엄한 질책이 들리는 듯합니다. 이따금, 아이들이 세상의 끝자락에서 홀로 느꼈을 암흑 같은 절망을 떠올려 봅니다. 그럴 때마다 총리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사태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남은 가족들께 마음 깊이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최근의 학교폭력 실태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폭력서클이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패거리를 진 채로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이 그저 장난삼아, 아무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가해학생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그저 굴종하고 가정과 학교도 무관심하고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습니까.

폭행당하고 따돌림당하면서도 `도와 달라'고 차마 내뱉지 못한 응어리와 절규를 우리 모두가 보듬고 귀 기울여주지 못한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 잘못이 더 큰지 따지고 탓하고만 있을 때가 아닙니다.

교사와 학교, 학부모와 정부, 그리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나부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그리고 저 자신도 많은 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관련부처들도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고민했습니다.

이제 저는 그동안 정부가 검토한 결과들을 종합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대책은 종래처럼 학교만의 대책이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대책입니다. 그리고 학교 안팎의 자원들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물밑에 감춰진 모든 폭력을 들춰낼 생각입니다. 아울러 학교와 교사, 가정과 사회가 지금 즉시 챙겨야 할 일들은 물론, 긴 안목에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한 내용도 같이 포함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번 대책은 무엇보다도 교권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열쇠는 일선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선생님들이 학교폭력을 실효성 있게 다룰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해학생 즉시 격리조치, 출석정지일수 제한 폐지, 징계사항 생활기록부 기재 등 많은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담임선생님들이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복수담임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전문 상담인력도 크게 늘려나갈 것입니다.

학교나 교원 평가 시 폭력발생 건수가 아닌 조치실적을 반영하고 지원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대신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경우에는 학교장과 관련교원을 반드시 징계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도 우리 선생님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학교마다, 교실마다 소위 일진들이 권력의 탑을 쌓고 다른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따돌림 하고 있는데도 선생님들이 몰랐다는 것도, 모른 척했다는 것도, 어느 쪽이든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마음으로 소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모의 맞벌이나 가정의 결손으로 마음 붙일 곳 없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이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또다시 침묵하고 학교폭력은 독버섯처럼 계속 자라게 됩니다.

선생님 여러분! 부디 힘을 내십시오. 정부가 우리 선생님들을 힘껏 뒷받침하겠습니다.

아이들을 기르는 데 있어서 학부모와 교사는 수레의 양쪽 바퀴와도 같습니다.

학부모도 이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야 합니다.

정부도 학부모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각종 연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특히 가해학생 학부모는 특별교육을 이수토록 하겠습니다.

또 매 학기 학교설명회를 개최해 학부모와 교사가 원활히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과 학부모라는 두 개의 바퀴가 균형을 이루려면 서로 긴밀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선생님만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 선생님도 학부모 간담회 등을 내실 있게 준비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학교현장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가정에서 아버지들이 자녀교육에 거리를 두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합니다. 아버지의 관심과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밥상머리교육 범국민 캠페인을 추진하겠습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폭력근절대책도 온 사회가 나서야만 합니다.

그동안의 대책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도 학교에만 짐을 지우고 모두가 방관한 탓이 큽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고 힘을 모으는 추진 틀을 만드는 데도 중점을 뒀습니다.

시군구 단위에는 `학교폭력 지역대책협의회'를 신설하고 전국의 Wee 센터와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를 `원스톱(One-stop)' 통합지원센터'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전문성 있는 지역사회 인사나 학부모들도 자원봉사 등 활동에 적극적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금년 중에 `교육기부 인력풀' 10만 명을 확보하고, 이분들이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1대1로 상담ㆍ지원할 수 있도록 맺어 드릴 계획입니다.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 문제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각종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이번 대책에는 학생들에 대한 내용도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경찰이 운용하는 `117'로 통합했습니다.

`117'에는 경찰청과 상담기관, 관련학교가 연계돼 있어 피해 학생이나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이 보다 쉽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해학생'과 관련해서는, 학교폭력 실태를 조기에 파악해 일진회 등 학교폭력 서클을 기필코 발본색원하겠습니다. 특히 보복행위는 가중 징계 등 엄중처벌 할 것입니다.

경찰을 학교폭력에 적극 개입시켜 나갈 계획이며, 앞으로 일진회 문제는 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하게 됩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사건 처리기간 단축, 신분노출 차단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이들이 충분한 상담치료 기회를 받도록 돕고 `선(先)치료 후(後)비용처리' 방식도 도입하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학생들을 처벌로만 일관하는 것은 능사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사전에 예방하는 데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 누리과정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활동에 인성교육을 핵심가치로 두겠습니다.

또한, 학생의 `인성발달 관련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해, 입학사정관 전형 시에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체육ㆍ예술교육과 독서활동 교육도 대폭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학교교육 현장에서 생활규칙을 스스로 정해 지켜나가고 학교 내의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래상담' 운영학교와 `자치법정' 시범학교도 대폭 늘려 건강한 또래문화를 형성하고 자율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들이 형식적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선생님들의 철저한 준비와 지도, 학부모들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정부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그동안 대책이 없어서 못했느냐'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대책들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대책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결국 사람이 해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변화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학교폭력 대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학교가 잘해도 부모의 관심이 없으면 학교폭력을 뿌리 뽑을 수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학교나 부모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때는 사회 전체가 나서서 거들어야만 합니다.

정부의 의지는 단호합니다. 앞으로 학교폭력을 좌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못 고치면 앞으로도 못 고친다'는 심정으로 이 문제를 정말 끈질기게 챙겨나갈 각오입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이 움직이고, 사람들의 인식ㆍ행동이 바뀔 때까지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지속 점검해 나갈 것입니다.

총리와 민간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인 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저 자신도 매월 한 번 이상 학교와 현장을 방문해 선생님, 학생, 학부모들과 기탄없이 소통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언론도, 학교폭력 해소에 더 큰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정부도 열심히 하겠지만, 모두가 나서서 눈을 크게 뜨고 `대책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미진한 점이 있으면 따끔한 질책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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