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 도입 추진
통합진보 “진정성 의문”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민주통합당이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단체 진입을 노리는 통합진보당은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1월 31일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에서는 석패율제를 차선책으로 도입할지라도, 선관위 안보다 훨씬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응하고 있다”고 석패율제 도입에 찬성했다.

다만, 민주통합당은 한 정당이 차지한 의석수가 전체의 10분의 1에 미치지 않는 지역에 석패율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한 정당의 의석수가 3분의 1인 지역에 적용하자는 선관위 안보다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부겸 최고위원은 “후보자들조차 구할 수 없는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당 동지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할 권리는 어떤 가치를 가진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고 모순된 현실을 바꾸는 방식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것이 진정한 야권연대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부산에 총선 출사표를 던진 김정길 행정자치부 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석패율 혜택 거절한다. 부산 시민과 함께 승리의 길 찾아보겠다. 부산서 한 분이라도 더 당선되게 정책 공유하고,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석패율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에 방점을 찍은 진보정당은 민주통합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야권연대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이 어떠한 공식적인 제안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는 “양당 간 협의기구를 빨리 만들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화답만 오면 우리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석패율제 때문에 야권연대가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진보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석패율제가 야권연대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야권연대를 위한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2주일이 지나도 답이 없다. 야권연대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석패율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통합진보당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간다거나, 민주통합당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채택하는 등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석패율제가) 양당이 선거 연대를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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