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원유 수급 발판 마련… ‘에너지 외교’ 주목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국제 원유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김황식 국무총리의 중동 순방이 유사시 원유 확보에 대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리는 약 1주일간의 일정으로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했다.

김 총리의 이번 순방은 당초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제5차 세계미래에너지회의(WFES)’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이뤄졌으나, 최근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 금지 조처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총리는 UAE와 오만 측 정상급 인사들과의 연이은 만남에서 걸프 지역의 정세 불안을 언급하며, 앞으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은 오만(13~15일)을 방문한 김 총리에게 “만약 한국에 원유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아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도 지난 17일(현지시각) 김 총리와의 면담에서 “UAE의 대답은 한국에 대해 항상 ‘예스’”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 “필요하다면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양국 간 협의 채널을 설립해 논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총리의 이번 중동 방문에 대해 “걸프 정세 등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적적한 시점에 순방이 이뤄졌다”면서 “오만과 UAE로부터 상당히 진전된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1일 발효한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6개월 후 이 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와 이란 간 원유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동안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를 통해 이란과 석유 거래를 해온 우리나라의 경우 대 이란 수출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란산 원유가 우리나라 전체 수입 원유의 10% 가까이 되는 만큼, 원유 도입을 급격히 병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어 국방수권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한국이 원유수급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김 총리가 산유국들을 잇달아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UAE의 원유매장량은 978억 배럴, 오만의 매장량은 55억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을 기준으로 8.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또한 순방 기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발데마르 파블락 폴란드 부총리, 올라푸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과 잇따라 회담을 하는 등 양자 외교에도 주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지지와 협조도 요청했다. 이 밖에 오만 살랄라항에 정박 중인 청해부대를 방문해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을 격려했고, 중동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도 잇따라 만나 애로를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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