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공학기기, 장애인에게 심리적 안정과 자립기반 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사례1. 지체장애 1급인 김인호 씨는 11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한동안 김 씨는 좌절감과 절망감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자 자동차 정비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불편한 몸으로 정비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는 보조공학기기인 ‘높이 조절용 리프트’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받게 됐다. 김 씨는 “보조공학장비가 없을 때는 (정비 일을) 하루에 2~3건 하면 거의 저녁 시간이 됐다”며 “장비도입 후에는 하루에 7~9건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례2. 대구광역시 성수공단에 있는 한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최동렬 씨는 청각장애인이다. 자동차용 와이퍼를 만드는 그는 청각장애가 무색할 만큼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그가 맡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가 1등 공신으로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보조공학기기 덕분이다. ‘무상 상호의사소통기기’를 통해 그는 장거리에서도 상사에게 각종 업무와 전달사항을 전달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 및 자립기반 제공
최근 장애인의 손상된 신체기능을 보완해주고 일상생활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보조공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2026년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활 및 보조공학의 사회적 역할과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교통사고 등 과학기술이 가지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장애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보조공학을 주목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이란 장애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다양한 기구, 서비스, 보상방법 등을 적용해 개선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보통 재활공학이란 말과 혼용해서 쓰는데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적인 공학을 제공한다는 임상서비스의 의미에서 ‘보조공학’이라고 말한다. 장애인의 재활을 위한 공학적인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한다는 입장에서는 ‘재활공학’이라고 말한다.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들의 심리적인 안정과 위안, 나아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필수기기인 것이다.

◆국내 보조공학 시장 ‘걸음마 수준’
보조공학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조공학은 미개척 분야라고 지적했다.

최운호 한벗맞춤보조기기센터 실장은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전문병원에 보조공학서비스 지원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며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장애 정도를 파악해 맞춤형 보조기기를 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는 각 지자체나 국립재활원에서 하는 보조공학 서비스 기관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기관과의 연계나 정보 공유가 미흡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실제 당사자들도 경제적 어려움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보조공학기기를 접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인환(시각장애 1급)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총장은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에게 매우 필요한 수단이지만 값이 비싸 쉽게 구입할 수 없다”며 “정부가 가격 고시를 하지만 품목이 한정돼 있어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이어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조기기는 상당히 많지만, 정부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보조공학기기)이 무엇인지 심사를 하지 않는다”며 “어떤 보조공학기기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장애인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관심과 예산 지원 필요한 시점
전문가들은 지체․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김종배 과장은 “선진국은 공적 자금 지원제도가 잘돼 있어 보조기구에 대한 장애인들의 구매력이 높다”며 “외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공적급여를 확대해 서비스를 확충하고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적급여에 의한 보조기구 지원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노열 대한보조공학기술학회 교육이사는 전문 인력 양성과 보조공학 연구에 대한 과감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양 교육이사는 “보조공학 분야의 전문가가 국내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컴퓨터 과학 등 공학 분야와 장애학 등 사회과학 분야, 물리치료 등 보건의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분야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종합적인 교육환경에서 배우고 실습을 거친 보조공학기능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보조공학과 재활공학을 종합적으로 주관하는 특별기구가 설립되고 보조공학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또한 산학협력 중심대학을 선정·육성함으로써 대학교육 및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 교과과정과 사업 현장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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