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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또 프리미엄 논쟁이다. 지난해 유기농 우유에 이어 이번엔 프리미엄 분유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평가 기준이 또다시 논란 대상이다. 마치 유기농 우유 논란의 재현 같다. 평가는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잣대를 사용했는가’ 업계는 반박한다. 예산을 지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산을 지원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을 위한 조사인데 소비자들이 이런 논란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 있는지 따져볼 문제다.

소비자단체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소생연)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국산 분유 8종과 수입 3종에 대한 비교정보를 10일 발표했다.

결과는 11개 제품 중 5개의 지방함량이 국제기준 Codex 권장량(생후 0~6개월)에 미치지 못했으며, 영양성분은 별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프리미엄 분유가 일반 제품보다 30% 이상 비싸다는 것이었다. 소생연의 비교결과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프리미엄 명작플러스와 궁플러스, 남양유업의 아이엠마더, 파스퇴르의 그랑노블과 파스퇴르 위드맘이 모두 ‘지방 함량 불충족’ 판정을 받았다.

유가공협회는 곧 반박에 나섰다. 프리미엄 제품을 평가하면서 단순한 몇 가지 영양성분 평가만 들이대는 방식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협회와 분유 생산 업체들은 “정부가 정한 국내 영양분 규정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영양분 미달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일에 대해 공정위는 사업을 기획하고 참여를 신청한 단체들을 심사․선정해 예산을 지원한 기관이다. 즉 소생연이 분유제품에 대한 조사 계획서를 제출했을 때 합당한 사업으로 선정해 조사비용을 지원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기농 우유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위는 “예산을 지원했을 뿐, 진행 과정에 관(官)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분유 조사가 Codex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 농림수산식품부가 정한 국내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가 예산으로 사업을 지원하면서 품목에 맞는 합당한 평가 기준이 먼저 세워졌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공정위는 그 결과가 국민에게 정확한 비교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혼란을 주고 있는지도 책임질 사항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렇다면 분유의 성분 함량은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할까. 농림수산식품부의 답변은 이렇다. “국내 기준이 우선이며 이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제품의 영양 성분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규정은 국제 기준과 국내 여건을 모두 고려해서 정해지며 0~6개월용 조제분유는 특히 한국인 모유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분유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연 공정위와 소생연의 발표가 국민에게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격에 대한 시각도 첨예하게 갈린다. 업체들은 일반 분유에 존재하지 않는 기능성 성분을 첨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간 프리미엄 제품이 무조건 비싸다는 비난에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업체 측은 소의 초유 성분에서 추출한 면역․성장인자를 첨가함으로써 아기의 성장을 돕거나 산양분유처럼 소량 생산되는 원료를 사용하는 등 고려할 점이 많은데도 이 모든 사항들을 배제한 단순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소생연의 비교평가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생연은 업체들이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른 영양성분 표시기준을 위반했기 때문에 업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파스퇴르의 제품은 단백질의 실제 함량과 표시 함량이 오차범위를 초과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소생연은 “프리미엄급 기능성 성분도 실제로 얼마나 들어 있는지 믿을 수 없다”며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하는 원료의 가격을 공개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공익을 줄 것으로 판단해 소생연에 예산을 지원했다는 공정위 관계자는 ‘codex와 농식품부 기준 2가지’를 모두 제시했으면 소비자들이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준 설정은) 시민단체의 고유한 몫”이라고 강조했다.

소생연 측은 ‘국내 기준을 준수했다’는 업체들의 항변에는 아랑곳없이 국제기준인 Codex를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쯤 되면 업체들이 누구 장단에 맞추냐며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소생연 담당자는 문제의 제품에 대해 국내 영양 기준에도 미달인지 기자가 물어보자 “농식품부 기준으로도 이 제품들은 모두 지방 함량이 미달했다”고 대답했다. 같은 날 농식품부가 들려준 답변과는 반대다. 프리미엄 분유 논란을 일으킨 소생연이 과연 국내에서 적용되는 정부의 규정부터 제대로 살피고 있는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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