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임진년 새해가 밝았을 때 사람들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되새기곤 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는 뜻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송구영신과 동떨어진 듯하다. 온갖 비리 추문이 해가 바뀌어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진년 새해 벽두에 불거진 ‘돈봉투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9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의원실에도 돈봉투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의 의원실로 돈봉투가 전달됐을 당시 전달자가 가지고 있던 쇼핑백 크기의 가방 속에는 똑같은 색깔의 봉투가 잔뜩 끼어 있었다는 게 고 의원의 증언이다.

고 의원은 “여러 의원실을 돌아다니면서 똑같은 돈 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전달된 돈봉투엔 현금 300만 원과 특정인의 명함이 들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런 돈봉투가 고 의원 한 사람에게만 갔을 리 없다. 돈봉투의 목적이 표를 사기 위한 것이라면 투표권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됐다고 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돈 선거 문제는 어느 특정 당이나 특정 전당대회만의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가 열릴 때마다 돈이 오갔다는 것은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민주통합당도 돈봉투 살포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따라서 검찰 수사망을 정치권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불법으로 금품을 주거나 받은 사람은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에서 치러진 모든 전당대회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적절한 대처로 평가할 만하다. 정치권이 자정할 수 없다면 외부의 칼날으로라도 썩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살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도 여당 비판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자신의 오점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송구영신하지 못하는 정치 세력은 버림의 대상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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