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했던 숭례문 복구공사가 지난해 12월 초부터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중단은 목공사 비용 인상을 요구하는 목수와 더 올려 줄 수 없다는 시공사 간 다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문화재청과 숭례문 복구공사 시공사인 명헌건설㈜ 간에 계약된 총 복구비용은 167억 8500만 원이다. 이 중 목공사 비용으로 본래 15억 7800만 원이 책정됐으나 명헌건설은 신응수 대목장 측과 13억 2300만 원에 목공사를 계약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나 처음 진행하기로 한 금액과는 다르게 이후 명헌건설은 설계 변경을 이유로 목공사 비용을 10억 원으로 낮춰, 5억 4000만 원이던 목수들의 품값도 3억 8500만 원으로 축소한다고 지난해 12월 초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신응수(70,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은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목공사를 맡고 있는 숭례문 복구 공사 중단과 관련 “불탄 숭례문을 복구하는 데 내 품은 물론 내 목수들의 품까지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나와 내 목수들이 돈 몇 푼 더 받으려고 문화재청과 싸우고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 평생 목수 일로 먹고살았는데 내 목수들의 품값은 내가 떠맡을 수 있다”고 입장을 표현한 바 있다. 

사실 신 대목장은 2009년 말 복구 공사에 참여할 당시 자신의 품값은 받지 않겠다고 문화재청에 낸 제안서에 밝힌 바 있다. 애초에 자신의 품값은 받지 않고 숭례문 복구를 시작했던 신 대목장은 그런 자신과 목수들이 마치 돈 한 푼 더 받기 위해 공사를 중단한 것처럼 비춰진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 것이다.

기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의 본질이나 원인을 찾기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을 보고 이야기하며, 추측하고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우리네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에 생각이 미치기도 했다.

여하튼 숭례문 복구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복구 공사 중단에 직접적으로 거론된 업체 외에도 문화재청의 안일한 대처와 복구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실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 공사와 관련해 이를 잘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한 달 가까이 방치된 것은 근무태만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 공사 중단과 관련해 지금까지 시공사 측에 공문을 두 차례 보내는 데 그치는 등 형식적인 조치만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문화재를 다시 복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기법을 통한 복원이란, 웬만한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정성이 들어가지 않고는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최종덕 문화재보존국장의 말에서도 그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최 국장은 이번 임금 문제로 인한 공사 중단과 관련, 그 원인으로 최근 20여 년 동안 장인들이 공공연하게 써온 전동 공구 대신 대패 등 낯선 전통도구를 사용한 전통기법으로 숭례문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등이 많이 늘어나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목수들이 전통기법을 쓰겠다고 각서까지 작성했지만 막상 복구공사에 들어가자 자귀질(자귀로 나무를 깎는 일)과 같은 전통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목수가 한 사람밖에 없어 서로 배워가며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품도 많이 들게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전통기법을 통한 문화재 복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또한 전통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목수가 얼마나 많이 부족한 형편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문화재청을 포함해 문화재 관련 종사자들이 ‘전통을 고수’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면서도 현실에서는 그에 합당한 대우나 대처 방안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다.

문화재와 관련, 전통을 고수하는 장인(匠人)들의 생활형편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에 대해서는 본지에서도 장인 인터뷰를 통해 알린 바 있다. 허나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그들의 생활형편과 대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토록 힘들고 어렵기에, 더 이상 전통을 고수하려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길보다 편하고 쉬운 길을 택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과 전통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숭례문 복구 공사 중단과 관련, 더 이상 전통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적다는 것에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전통기법을 배우고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대안과 대책을 세우는 문화재청, 더 나아가 그런 정부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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