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2012년 임진년 흑룡의 새해가 밝았다. 우리 역사에서 임진년은 7갑자(420년) 전인 1592년 임진왜란이 시작되었고 불과 1갑자 전인 1952년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것처럼 나라가 극도의 어려움에 빠졌던 시기가 유난히 많았다. 특히, 일본 토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이 명나라 침략의 발판으로 우리 땅에 쳐들어 왔던 임진왜란은 조선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렸다. 그러나, 변방을 떠돌던 이순신 장군이 일본 침략에 대비하며 당시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동원해 만든 거북선은 일본 수군 격퇴의 선봉에 서며 전쟁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 조선은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은 바닥이 평평하고 넓어 화포 장착과 회전이 용이한 판옥선을 주력 함대로 갖고 있었다. 반면에 일본의 주력 전함인 안택선은 유선형으로 속도가 빨라 신속하게 적의 배로 접근해 백병전을 벌이기 쉽게 되어 있었다. 거북선은 일본 안택선의 장점을 무력화 시킬 수 있도록 배 위를 쇠못이 박힌 목판과 물에 적신 가마니로 덮어 근접전을 봉쇄하는 한편 용을 닮은 머리에서 불을 뿜게 하고 측면에는 삥 둘러 주력 무기인 화포를 장착하도록 하는 등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 하였다. 적의 전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탄생시킨 당대 최고의 혁신적 신제품이 바로 거북선인 것이다.

임진년을 맞는 우리는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었던 경기 회복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고, 2011년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및 프랑스 등 유럽 중심국가로 전이되어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 사회는 북한의 김정일 사망에 따른 정권교체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 볼 때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내수 불안정의 조짐은 올 임진년 한 해가 세계 경제전쟁 속에서 위기의 해가 될 것을 예견하게 한다.

그러면 경제 위기에 봉착하게 될 2012 임진년에 대한민국을 구해낼 신거북선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의 경제 성장을 주도해 왔고 디지털 유목민이라 불릴 정도로 첨단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삶에 도입하여 활용하려는 우리의 민족 정서에도 맞는 정보통신기술(IT)과 산업이라고 과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지난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IT 수출은 전체의 30%를 담당하며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이끌었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스마트 혁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마트 기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및 스마트 융합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며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해 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져왔던 IT 산업은 2012 임진년에 예견되는 험난한 경제의 바다를 헤쳐 나갈 돌격선으로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속성상 IT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발전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나, 현 정부에서는 관련 기능이 분산되어 있어 종합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IT는 하드웨어에 치중하여 온 바, 스마트와 융합으로 대변되는 IT 생태계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이코노미 인텔리전트 유닛(EIU)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IT 산업 경쟁력 지수는 2007년 3위에서 2011년 19위까지 최근 5년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 임진년의 위기를 기회로 되돌릴 수 있으려면 신거북선 IT호에서는 어떠한 대비를 해야 할까? IT 생태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IT 산업 지원체계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 발전을 위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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