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전쟁이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흥망과 국민의 생사가 걸린 전쟁을 시작하면서 어느 나라고 패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전쟁의 결심에는 바로 ‘정보’라는 결정적인 동인(動因)이 작용하는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1832년)에서 “정보란 적과 적국에 관한 모든 종류의 첩보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계획과 작전에 기초가 된다”고 정의했다. 우리군의 합동교범 2-0『합동정보』에도 “정보는 적전계획과 준비, 실시에 기초가 되는 요소이다” 라고 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기능은 ‘적의 기만 및 기습방지’에 결정적인 첩보분석을 제공해야 하며 ‘아군의 기만노력 지원’을 통하여 적의 반응을 판단하고 이를 아군 기만작전에 재반영하는 그야말로 전쟁전의 핵심적인 군사정보활동인 것이다.

따라서 각국은 과거보다 치열한 정보전쟁을 하고 있으며, 정보전에서 이기는 것이 바로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쟁술(不戰而 屈人之兵)”로서 가장 이상적인 전승인 것이다. 일찍이 손자는 군의 지휘부가 “정보활동비용을 아껴서 적정을 알지 못한다면 이는 가장 어리석은 일로서 이런 자는 장수가 될 수 없고, 왕을 보좌하는 역할도 못하고, 승리를 차지할 주인공도 되지 못한다.(도해손자병법 用間篇 第13)” 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세계전쟁사에서도 확실한 정보첩보가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흥망을 좌우했던 사례가 부지기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스탈린이 극동소련군을 과감히 서부전선으로 전용하여 독일군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조르게’라는 간첩을 이용하여 일본군의 주공방향이 남방이라는 정보를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6 ․ 25전쟁 시 중공군포로를 체포하여 개입정보분석을 했던 백선엽장군의 첩보를 무시했던 연합군은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다 이긴 전쟁을 패하고 후퇴해야 했다.

1950년 6월 25일 04시에 정보부재로 기습남침을 당한 지난 61년 전의 민족상쟁의 악몽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침투 1640건(육상 720건, 해상 920건)과 국지도발 1020건을 저지른 북한의 만행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보부재에 따른 기습적인 도발에 속수무책 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방부의 중기 전력증강계획에 의하면 정부는 2015년까지 총293개의 방위력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감시 ․ 정찰전력은 한반도와 주변지역에 대한 조기경보와 실시간 감시능력을 구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신장비보강의 하드웨어적인 능력향상이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인간정보(HUMINT)구축을 통한 적의 도발기도를 사전에 파악하는 국가정보능력구축에도 초미(焦眉)의 관심을 가져야한다.

남북이 대치하여 총성 없는 정보전쟁을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사망 정보부재의 무능성과 무책임성은 심각한 국가안보위기와 더불어 국가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지금 우리는 기습도발의 주도권을 북한에게서 탈취하는 것이 가장 중차대한 안보능력보강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안보정보기관의 통합적인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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