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 집착하면 안돼” VS “불필요한 이념 논쟁”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나라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란 용어를 삭제할 것인가를 놓고 5일 한나라당에서 찬반양론이 충돌한 가운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보수 표현 삭제는 일단 유보됐으며, 향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쇄신분과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보수 용어 삭제 문제를 논의한 결과 삭제하자는 의견과 유지하자는 의견이 모두 나오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대신 보수 용어 삭제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란 당 정체성은 계속 살려나가기로 했다.

정책쇄신분과위 위원인 권영진 의원에 따르면 보수 용어 삭제를 주장하는 쪽은 한나라당이 국민정당을 지향하고, 보수 진보 이념을 초월해 전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보수란 용어 자체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개정 전 2003년 한나라당 정강·정책이나 미국 보수당인 공화당의 그것에도 보수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반면, 반대자들은 “지금 시점에서 보수 용어를 유지할 것이냐, 삭제할 것이냐 하는 자체가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논의 자체에 반대했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모두 개진됐지만, 찬성자의 수가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보수라는 용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가치적 표현으로 가는 게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분과위는 보수 용어 삭제 여부와는 별도로 지난 2006년 개정된 강령 속에 포함된 법치주의, 삼권분립, 다양성과 자유 등의 가치는 계속 살려나가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국민의 정치참여, 소통의 문제를 새로운 가치로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장주의와 경쟁에 따른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정의, 공정경쟁 등의 가치들도 보완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권 의원은 향후 일정과 관련해 “이 문제를 정강·정책 소위에서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한 뒤 정책쇄신분과위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국민과 당내 의견을 수렴해 안을 만들고 정책쇄신분과위에서 잠정결론을 내면 비대위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책쇄신분과위원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보수와 같은 이념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며 “자기 스스로 보수라고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히면서 보수 표현 삭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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