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사료값 때문에 축산농민이 발을 동동 구른 적은 있지만 멀쩡한 소를 굶겨 죽이는 일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축산농민 입에서 “소를 키운 지 4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전북 순창에서는 사료값 폭등으로 농장의 육우 54마리 중 9마리가 굶어 죽었다. 정상적이라면 육우 한 마리가 하루에 4㎏의 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최근 1년 동안 사료값이 17%나 올라 수개월간 하루에 1㎏ 정도밖에 주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쇠고기값은 2009년에 1㎏당 평균 1만 5800원이던 것이 지난해 12월에는 1㎏당 평균 1만 3200원으로 16%나 떨어졌다. 축산농가에 따르면 마리당 한 달에 15~20만 원 상당의 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현재 한 달 사료값만 2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런 시점에 한미 FTA 발효까지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축산농가의 사정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한우시장의 불안정성이 이미 예고돼왔다는 점이다. 한우 사육이 돈벌이가 잘 되면서 너도나도 소를 키우기 시작했고 육우를 포함한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6월 305만 3000여 마리로 늘었다. 정부가 발표한 적정 사육 마릿수가 260만 마리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45만 마리 이상은 굶겨 죽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벌어진 사료값 상승은 축산농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농수산부의 미온적 대처가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꾸준히 사료값이 상승하고 사육 마릿수가 증가하는 현상은 수년간 계속돼 왔다. 한우 사육을 줄이는 신축적인 운용의 묘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농수산부는 수급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한우 암소를 2만 9000여 마리 자율도태시켰지만 실효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방침은 현재 군인들이 먹고 있는 수입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한우나 육우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한시적인 고육책에 불과하다. 한미 FTA 발효까지 생각한다면 더 세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구제역 파동, 한미 FTA 통과 등으로 인해 곪을 대로 곪은 축산농가의 상처를 덮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