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물림...경찰서도 죄의식 안보여

(여주=연합뉴스) 4일 경찰에 적발된 여주 모 중학교 '일진' 중학생 등 22명은 이 학교 3학년 재학생과 일진 출신 졸업생들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특수절도, 공갈, 무면허 운전 등으로 형사 처벌과 학교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문제 학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교육당국이 오래 전부터 선배들에게 대물림 받아 후배들을 괴롭힌 '학교폭력배'인 이들의 지도 감독에 소홀해 이 같은 피해를 낳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주경찰서는 이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ㆍ갈취ㆍ공갈ㆍ성폭력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여주 모 중학교 3학년 김모(15)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중 3명은 이번에 문제가 된 중학교의 일진 출신 졸업생들로 2명은 무직, 1명은 여주지역 모 고교 1학년 학생이다.

후배들을 상습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가 하면 가출한 여중생을 성폭행까지 하는 등 이번에 적발된 일진의 행태는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 양상을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말을 듣지 않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소문을 낸 후배를 불러내 집단 폭행하는 '고전적' 방식에서 최근에는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폭행과정에서 옷을 벗겨 입에 물리게 하고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시키는 등 괴롭히는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가출 여중생에게 "재워주겠다"며 늦은 밤 가해 학생의 집과 한적한 학교 운동장으로 데려가 게임을 빌미로 술을 먹여 성폭행까지 하는 등 동급생과 후배들에게 조직적으로 위력을 과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성폭행 동영상 찍고, 자위행위도 강요
이 학교 '일진 짱'으로 알려진 김군 등 6명은 지난해 11월초 늦은 밤 가해 학생의 집과 모 초교 운동장으로 가출한 여중생 2명(각 13살)을 데려가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

이들은 "생리중이다. 싫다"며 소리 지르고 반항하는 피해 여중생들의 외침을 외면했다.

가해 학생의 집에서는 게임에서 진 사람이 옷을 벗거나 술을 마시는 '게임'을 빌미로 성폭행했고, 초교 운동장에서는 심야에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가해 학생 중 한 명은 손전등을 비추고 한 명은 휴대전화로 범행장면을 동영상 촬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자랑하려고 찍었다"고 진술, 과시욕 때문에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일진 짱' 김군은 지난해 11월초 후배 남학생 7명에게 자신이 보는 앞에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도록 자위행위를 강요하는 추행도 저질렀다.

◇ 목숨 담보로 한 '기절놀이'
이들은 지난해 9월하순 일진 중 한 명의 여자친구에 대해 나쁜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이유로 후배 10명을 야산으로 불러내 집단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을 무릎 꿇리고 상의를 벗어 입에 물리게 하고 나서 얼굴과 가슴, 배, 허벅지 등을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이뿐만 아니라 일진의 말을 듣지 않는 1~2학년 후배들에게는 '기절놀이'(숨을 멈추게 하고 가슴을 눌러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집단 폭행해 깨어나게 하는 방법)를 하는 등 목숨을 담보로 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 "잘못 뉘우치는 기색없어"
일진인 이들의 행각은 피해학생 학부모들이 지난해 11월 초 피해 사실을 학교 알리자 학교 측이 1~2학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일부 확인됐다. 이어 2개월여 간의 경찰 수사 끝에 전모가 드러났다.

가해 학생들을 조사한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어른들도 죄를 짓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 고개를 숙이는데 가해 학생들은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고 했다.

또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가해 학생에게 '나중에 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내 물건인데 왜 그러냐'고 하더라.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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