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연구소 박석무(朴錫武)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산 탄생 250주년 기념] “인의예지(仁義禮智) 행(行)으로 해석한 ‘다산’을 배우자”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유경(儒經)을 실용화한 다산은 창의적 변혁가”


실행만이 가장 높은 인격…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 꿈꿔
“200년 전부터 다산이 외친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길…”

▲ 다산 정약용이 귀양살이 중 전남 강진에서 쓴 시 ‘매조도(梅鳥圖)’
다산의 ‘매조도’와 박석무 이사장의 ‘다산 사랑’
“사뿐사뿐 새가 날아와/ 우리 뜨락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쉬네/ 매화꽃 향내 짙게 풍기자/ 꽃향기 그리워 날아왔네/ 이제부터 여기에 머물러 지내며/ 가정 이루고 즐겁게 살거라/ 꽃도 이제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주렁주렁 맺으리”

이는 다산 정약용이 귀양살이 중 전남 강진에서 쓴 시 ‘매조도(梅鳥圖)’를 박석무 이사장이 번역한 것이다.

“다산(茶山)의 귀양살이가 몇 년 지났을 때 부인 홍 씨가 낡은 치마 6폭을 보내왔는데 세월이 오래돼 붉은 빛깔이 변했기에 가위로 잘라 첩을 만들어 두 아들에게 남겨주고 나머지로 작은 족자를 만들어 딸에게 물려줬지요.”

다산연구소 박석무(朴錫武) 이사장의 ‘다산 사랑 이야기’는 며칠, 아니 몇 달 밤을 새우며 들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다산에 대해 논하는 그의 눈빛과 손짓은 71세의 노구에도 마치 청년의 열정과 기개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이 다산에 대해 쓴 많은 저서와 역서가 그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또 그의 다산 사랑이 뜨거운 만큼 현재 다산연구소의 회원은 약 35만여 명에 이르며 34만 7천여 독자(지난해 11월 말 기준)가 그의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와 ‘다산 포럼’, ‘실학 산책’을 메일로 받아보고 있다.

다산 탄생 250주년 ‘다산연구소’의 소망
다산 정약용(丁若鏞) 탄생 250주년이 되는 새해 2012년을 맞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계 관심이 ‘다산의 삶과 사상’에 모이는 가운데 천지일보가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을 만났다.

“다산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논리를 재창조해낸 독창적 사상가입니다. 그는 당시 사회적 상황에 필요한 사상뿐 아니라 국가정책을 변혁시키고자 새로운 논리체계로 프레임을 짜냈습니다.” 그는 침이 마르도록 ‘다산과 다산사상’에 대해 이같이 말을 이어갔다.

“1762년 8월 3일에 태어난 다산 정약용이 1836년 7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높은 인격과 탁월한 학문 역량, 한없는 애국․애족심을 바탕으로 국가개혁과 부패방지를 위해 ‘다산학’이라는 학문과 사상의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박 이사장은 율곡이나 퇴계의 사상은 새로운 논리가 아니므로 ‘율곡학’ ‘퇴계학’이라 하지 않지만, 주자나 다산의 학문은 ‘주자학’ ‘다산학’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즉 율곡과 퇴계는 주자학의 논리에 자신의 논리를 첨가, 설명한 수준이라면 다산은 주자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논리를 펼쳤다는 것이다.

“실행과 실천만이 가장 높은 인격이라는 의식, 법과 제도의 개혁을 통한 부패방지의 실현, 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통한 국부의 증진, 이 세 가지의 개혁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이루자!’라는 다산의 꿈이 올해부터 현실화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것만이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는 다산연구소의 소망입니다.”

◆ 증조부 민재 박임상 선생의 영향으로 한학 실력 뿌리내려
자칭 ‘한문(한자어) 네이티브 스피커’라는 박 이사장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집에 있으면 서당 선생이었던 조부에게 무조건 한문을 배워야 했다. 호남의 유명한 유학자, 민재 박임상(朴琳相) 선생이 바로 그의 증조부이며 박임상은 최익현, 기우만과 함께 무안 평산사(사당)에 모셔져 있다.

6.25 직후 초등 4~5학년이었던 박 이사장은 당시 상황을 우리 전통문화가 송두리째 파괴되고 미국사람 세상, 사대주의 사상이 난무하던 시대로 기억했다. 그의 조부가 한문만이 진서(眞書)라며 한글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그는 어려서부터 싫으나 좋으나 자연스럽게 한자와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 때 조금 철이 들면서 우리 전통 사상을 알려면 한문을 알아야 한다는 자각이 들어 한학에 관심을 두게 됐다. 대학 때는 교수가 “한문은 박 군에게 물어보라”고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은사가 법제사 전공을 권유해 대학원에서 법제사를 공부하게 됐다. 졸업논문은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었다.

하지만 대학 때는 독재자들에 대항하는 민주시위참여로 바빠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그는 “젊은 시절, 정치‧사회적으로 불우한 시대를 만나 좀 더 깊이 있는 학문 연구를 하지 못한 것이 이제 생각하면 정말 아쉽다”면서 “그 시대 수많은 학생이 얼마나 많이 죽어갔는가. 다산이 200년 전부터 외친 민주주의 사상이 이 땅에 뿌리내려 평등과 자유가 꽃피워졌다면 그런 슬픈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 다산 이야기로 돌아왔다.

박석무 이사장의 ‘다산 이야기’
“공자, 맹자의 유학을 기본적으로 신봉하는 유학자였던 다산은 유학을 실학적으로, 가장 현실적으로 유용한 방법으로 해석해 낸 학자입니다. 유학의 논리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주의 사상으로 경전을 재해석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다산은 자신이 살던 세상을 사상적, 의식적으로 변화시켜보려는 개인적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었으며 유교경전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사람이 공자나 주자라면 다산은 600년 이후의 논리를 대변했다”고 설명했다.

다산의 실용주의에 대해 그는 예를 들어 “주자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관념적 이치로 정립했다면 다산은 그것을 행(行)으로 해석했다”면서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어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산은 500여 권의 책을 남긴 만큼 학문 범위가 상당히 방대하므로 다산의 사상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모르고 코끼리 다리만 만져본 채 전체를 본 것처럼 말하는 수준이 되기 쉽다”며 그가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다산이 정치적으로는 철저한 민주주의 사상가였음을 강조했다. 다산 사상에 대해 그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자율권을 가지고 태어난다. 타의에 의해,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문제를 자기가 해결할 권리, 자율적 의지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민주적 사고를 기본으로 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다산이 당대에 일찍이 ‘국민의 추대에 의해 통치자가 나와야 한다’는 ‘선거 개념’을 가지고 있었고 지역ㆍ신분차별을 반대했으며 경제이론으로는 “누구나 고르게 가져야 한다”는 평등사상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산은 ‘많이 가진 사람의 것을 덜어다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줘야 한다’며 오늘날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국가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면서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는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를 200년 전 이미 펼쳤다”고 전했다.

◆끝으로 천지일보와 독자에게 한 마디
“다산 250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 천지일보 독자들이 다산에 대해 관심을 두고 다산의 주장은 무엇인지, 다산에게 배울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더 민주화되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돼 능력 있는 사람이 대접받으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도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이루어 다산이 가장 바라던 소원과 소망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국과 민족의 아픔을 노래했던 다산! 그의 지혜로 많은 사람이 계몽돼 사람답게 사는 세상, 질 높은 사회가 되는데 천지일보와 천지일보 독자들이 큰 몫을 해주길 새해 아침에 기원합니다.

박석무 이사장 약력과 저서, 수상
현) 다산 연구소 이사장,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사)김대중‧노무현대통령 기념공원위원회 이사장

1942. 전남 무안 출생.
광주고등학교, 전남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1973. 유신 반대 유인물인 ‘함성지’사건에 연류, 1년간 복역 중 다산 저술 연구
1988~1992. 제13대 평민당 국회의원
1992~1996. 제14대 민주당 국회의원
1998.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2004. 03 518기념문화재단 이사장
2004. 06~ 다산연구소 이사장
2005. 03 단국대학교 8대 이사장
2007. 11 한국고전번역원 초대원장

저서: 다산 기행,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조선의 의인들,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다산 시 정선(상,하),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 정약용 등 다수.
역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흠흠신서, 다산 산문선 등 다수.
수상: 2004. 다산학술상 공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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