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경국사에 마련된 지관스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불교 대중화 기틀 마련, 종단화합·불교중흥 힘써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학승(學僧)이며 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을 지낸 지관스님이 2일 오후 7시 55분 서울 정릉 경국사에서 입적했다. 출가한 지 66년, 80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관스님은 지병인 천식으로 투병하다 상태가 악화돼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1932년 포항 청하면 유계리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16세 때인 1947년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 율사(律師, 계율에 정통한 승려)였던 자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어 1953년 통도사에서 비구계(스님이 지켜야 할 계율)를 받았다.

지관스님은 1960년 조계종단에서 최연소 강사, 최연소 해인사 주지(38세)를 지냈으며, 스님 최초로 동국대 총장(1986년)에 취임하는 등 후학들을 지도하는 탁월한 능력과 해박한 지식을 인정받았다.

스님은 1990년대 후반까지 동국대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며 수많은 논문과 저술을 남겼다. 특히 한국고승들의 비문을 정리한 ‘교감역주역대고승비문’과 ‘한국고승비문총집’ 등의 저서는 한국불교학 자료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관스님은 1991년 동국대 총장에서 물러난 후 사재를 털어 창경궁 근처에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개원했다.

스님은 세계 최대의 불교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을 출간, 현재 12권까지 펴냈다. 또 한국불교학연구자 100인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한국불교문화사상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원로의원으로 2005년 제32대 총무원장에 취임한 지관스님은 종단의 안정과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불교 중흥에 힘썼다. 스님은 94년 종단 개혁과 98년 종단 유혈사태 등 혼란에 빠졌던 종단의 안정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했다.

총무원장 4년 임기를 아무 탈 없이 마친 스님은 종단 개혁 이후 처음으로 평화롭게 종권을 이양했다. 지관스님은 총무원장 취임사에서 “화합을 바탕으로 종단이 안정되고 한국불교가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09년 퇴임하며 “내릴 정거장이 되어서 내리는 것뿐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지관스님은 종단 내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이끌기 위해 1998년 종단사태 징계자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시행했다.

스님은 재임시절 조계종의 소의경전(근본경전)인 ‘금강경’을 표준화했다. 또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완공 등 조계사 성역화,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충남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국제선센터 건립 등을 통해 한국불교와 간화선의 대중화 기반을 구축하기도 했다. 또 불교계의 대사회적 활동과 복지에 앞장서고 있는 불교 최초의 공익법인 ‘아름다운 동행’을 출범시켰다.

◆각계각층 조문행렬·SNS 추모 글 이어져

지관스님의 입적 소식이 알려지자 불교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경국사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통령은 빈소에 입장한 후 조문록에 “높은 인품과 학문은 오래오래 기릴 것입니다”라고 적어 지관스님이 남긴 업적을 칭송했다. 이어 위패에 분향하고 지관스님의 명복을 빌었다.

앞서 조문한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마음이 아프다. 지관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도 조문하며 “갑자기 열반에 드시니 안타깝다. 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큰 정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원로 중진스님을 비롯해 불자들이 연이어 조문하는 가운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추모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3일 종무회의를 통해 지관 대종사 영결식을 종단장으로 승격하기로 결정했다. 종단장은 현직 종정과 총무원장에 한해서 치러지는 것으로, 이번 결정은 지관스님에 대한 종단차원의 최고 예우이다.

장의위원회는 지관스님의 법구를 3일 해인총림 해인사 보경당으로 이운했으며, 종단장으로 오는 6일 오전 11시 해인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을 봉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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