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李대통령이 3일 오전 국가 조찬기도회에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종교부특별취재팀] MB정부 들어서 종교편향 논란은 여론의 도마 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에서 공무원의 행정처리, 정치인들의 행태 등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에 본지는 올 한해를 정리하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종교편향 사례를 정리해보고 다종교국가에 걸맞게 상생과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전문가와 종교인들에게 들어봤다.

◆MB정부, 임기 내내 ‘종교편향’ 논란 끊이지 않아

“정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을 거부한다.”

올해 초 대한불교 조계종 본사인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 입구에 붙었던 문구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한 불교계의 반발로 내려진 산문폐쇄(山門閉鎖) 조치였다. 애초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185억 원에서 60억 원 이상을 삭감해 122억 5천만 원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적 행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곧바로 조계종은 성명을 내고 “종교편향적 입장을 가지고 템플스테이 예산을 삭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펼치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의 행정이 종교편향적이라는 불만은 임기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불교계와의 마찰이 심했다. 임기 2년차인 2008년에는 극에 달했다. 2008년 6월 말 정부가 관리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시스템인 ‘알고가’에 모든 생활정보가 표기된 가운데 유독 수도권 사찰의 표기만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교계는 크게 분노했다.

그해 7월에는 국회에서 12지파 구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국회 조찬기도회 소속 120여 명의 의원들이 12개 소모임을 만들고 그 이름을 성경에 등장하는 지파 이름으로 붙였다가 세인들의 비웃음을 샀다.

이어 29일에는 경찰이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당시 자승 총무원장과 지관스님이 탄 승용차를 과잉 검문한 일이 벌어지면서 조계종 측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불교계는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 대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불교계 27교단이 모여 범불교도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1년 들어서는 3월에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진행자 길자연 목사의 주문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 일로 시끄러워졌다. 이 대통령은 이 일로 “공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2004년 서울시장 재임시절에도 한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내용의 봉헌사를 낭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편향 금지법’ 효력 있나

지난 2008년 9월 정부는 공무원의 종교편향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개정된 공무원 복무규정(제4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이 종교와 관련해 불공정·차별행위를 하거나 편파적으로 특혜 또는 불이익을 주는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징계의 대상이 된다.

이는 불교계에서 요구한 공직자의 종교중립 제도화 방안을 정부가 수용해 법제화된 것으로,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상 종교편향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더불어 국민권익위원회도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종교를 이유로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특혜를 주거나 차별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마련해 종교 간 마찰을 예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재 정부는 종교편향 사례방지를 위해 꾸준히 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종교 관련 인사를 초청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09년 공무원교육훈련지침에 종교편향 방지 교육 실시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원자격연수를 위한 표준교육과정에도 해당교육이 포함됐다.

하지만 관련법이 마련된 이후에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합창단 찬송가 앨범 제작 지원, 지역 민원(기독교계)에 따라 KTX 울산역 명칭 통도사 누락,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으로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타 종교 인정하는 자세부터”

전문가들은 타 종교를 인정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다종교사회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종교 간 상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 종교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종교 간 화해를 모색하는 종교문화연구원의 이찬수 원장에게 종교편향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이찬수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데는 개인의 내적 양심과 자유에 따른 것이기에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교리에 대한 부분도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종교편향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종교 교리가 상충하는 데서 오는 갈등은 타 종교 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방편으로 동국대학교 김상겸 법대학장은 ‘사랑과 자비로 남을 이해·존중하는 마음 자세’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 사례로 불교계가 성탄절에 트리를 장식하고 예수 탄생을 함께 축하하는 것처럼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단, 일회성에 그치는 형식적인 배려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아울러 김 학장은 “종교지도자들이 먼저 자신부터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 발언을 자제하고 서로의 종교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소장도 타 종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종교인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종교인들의 좁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종교마다 특색과 장점을 이해하고, 부분을 전체로 확대해석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08년 8.27범불교도대회에 참석한 범불교도인들이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며 거리 시위를 펼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각각 종교만이 갖고 있는 문화적 특색에 대해서는 “현재 각 종교의 특색 있는 분야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종교의 특색을 살려 문화 발전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 관계자도 각 종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 간 이해와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강태서 종무2담당관은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종교 간 화합 협력의 첫 단추이고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담당관에 따르면 정부의 종교 관련 정책은 종교적인 특색을 갖고 있는 전통문화자원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잡혔다.

일각에서는 종교편향 금지법을 도입해 종교차별을 막고 더 나아가 종교인의 인권까지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대표는 “법률을 통한 종교인권 보호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며 “2년 전 국가공무원법에 공무원의 종교중립 조항을 신설했음에도 경고조항에 불과해 공무원들의 편향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사회적으로 종교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정책적 개선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종교법인법 제정’ ‘종교평화 헌장 공포’ ‘보편적 종교교육 강화’ 등을 제안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