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송포동 주민 제설 서포터즈’ 단장 인터뷰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다리가 얼어붙으면 못 와요, 버스가… 여기서 돌리다가 미끄러워서 주택가로 돌진해 버려요. 여기부터 제일 먼저 치워야 해요.”

21일 오후 고양시 일산구 송포동 일대. 이날 오전 내린 눈으로 시골길 사이사이로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김진국(56) ‘송포동 주민 제설 서포터즈’ 단장은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은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들면 지역에선 없어선 안 될 트랙터 자원봉사자다. 특히 고양시는 도농복합도시로 타 도시에 비해 눈이 올 경우 시에서 지원되는 제설차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 가운데 송포동 지역은 자연부락 도로의 범위가 넓은데다 제설차로 해결할 수 없어 트랙터 봉사자의 협조가 없이는 제설이 불가능하다.

송포동에서 태어나 농사짓고 살아온 김 단장은 겨울 동안 트랙터로 10년째 제설봉사를 해오고 있다. 제설 서포터즈로는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다.

“이 지역 제설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 청년들로부터 시작된 것이 이때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당시 노인‧학생 연령 구분 없이 다 나와서 빗자루 들고 눈을 쓸었죠.”

올해는 이 지역 제설봉사단원을 대표하는 단장이 됐다. 그와 함께 일하는 봉사단원들도 마찬가지로 가을까진 농사짓고 겨울엔 함께 트랙터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 단장은 “이곳은 자연부락 규모가 엄청 크다. 시골은 길이 워낙 좁아 제설차가 들어올 엄두를 못내 트랙터가 다 한다”며 서포터즈의 활약을 강조했다.

이들은 시골 지역뿐 아니라 송포동 내 도시 지역도 커버하고 있다고 김 단장은 말한다. 트랙터 7대가 투입돼 송포동 지역의 모든 눈을 섭렵해 나갈 뿐 아니라 이웃 동네에서 지원요청이 와도 기쁜 마음으로 모두가 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는 큰 제설차량으로 눈을 치우지만 이들은 시에서 제설장비를 지원받아 아무런 대가 없이 봉사를 하고 있다.

심지어 트랙터 기름값은 물론 일하면서 시장할 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사나 간식조차 시로부터 지원받지 않는다는 것이 김 단장의 말이다.

김 단장은 “개인이 그냥 봉사하는 것이죠. 마음에서 우러나서 눈 치우는 봉사를 하는 것”이라며 순수 자원봉사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는 눈이 많이 와서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눈을 치운 적이 있다”며 밤새도록 눈 치운 기억을 떠올렸다.

“저희가 눈을 안 치우면 마을버스가 못 들어와요. 아침 등교 시간에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눈을 치워야 해요. 계속 눈이 오면 밤새도록 치워야 합니다.”

특히 시골에선 집이 한두 채 있어도 일일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점이 도시의 제설작업보다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 김 단장은 트랙터의 숫자에 비해 제설장비가 부족해 제설작업 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고 호소했다.

“트랙터는 많아요. 제설장비가 부족해 구청장님께 건의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말만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존 장비도 15~20년 이상 된 것이어서 내년 예산에 장비구입 비용이 편성돼 장비도 교체돼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김 단장은 제설봉사뿐 아니라 노인 요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거동 못하는 노인들의 목욕봉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올여름 고양지역에 430㎜의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할 때 본인 소유의 트랙터를 몰고 송포 배수펌프장으로 향했다.

폭우로 인해 펌프장으로 유입되는 각종 쓰레기로 펌프장 가동이 중단될 시 송포 지역의 넓은 농지와 주택들이 침수돼 큰 피해를 입게 될 거란 우려에 자신의 트랙터로 펌프장으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를 펌프장 직원들과 비를 맞으며 묵묵히 치운 것이다.

또한 송포동 8통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그는 지역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하고 이웃돕기에 앞장 서는 일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8일 고양시 일산서구 송포동 주민센터(동장 이완구)는 겨울철 폭설로 인한 지역 주민의 불편과 교통난 해소를 위해 100여 명으로 구성된 송포동 주민 제설 서포터즈 발대식을 열었다. 이날 발대식에서 송포동 주민 제설 서포터즈가 내건 슬로건은 ‘이웃사랑, 배려를 실천하는 눈 치우기 함께해요’였다.

김 단장은 “어려움도 있지만 눈 치우고 마을버스가 들어와서 다니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며 “저의 조그만 노력이 이웃의 삶에 도움이 되는 그것으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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