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반, 의사 5명 등 25명 불구속·약식기소
'2쪽 설문에 5만원' 800여명에 13억 뿌리기도

(서울=연합뉴스) 제약업체들로부터 설문조사, 창립기념품, 개업자금 등 각종 명목으로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아온 의사 1천600여명이 적발됐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 7월부터 2차 단속을 벌인 결과, 의사 5명을 포함해 의료기관 종사자 6명과 제약사 관계자 10명, 의약품 도매업자 6명, 시장조사업체 직원 3명을 적발, 이들 중 1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4명을 약식 기소했다고 25일 발표했다.

특히 수사반은 리베이트 수수사실이 확인된 의사 1천644명과 약사 393명에 대해 보건복지부 등에 면허정지를 포함한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당국은 통보된 의사들에 대해 리베이트 액수의 과다를 가려 2개월부터 최장 12개월까지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까지는 리베이트 액수 300만원 이상만 2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려왔다.

새로 적용되는 기준으로는 벌금 500만원 이하는 2개월, 500만~1천만원은 4개월, 2천500만~3천만원은 12개월 면허정지 처분하고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한다.

또 제약회사 8곳과 도매상 3곳에 대해 부당지급 요양급여를 환수토록 했다.

수사반에 따르면 A제약회사 영업본부장 서모(52)씨는 2008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적으로 의사 519명과 약사 325명에게 총 10억4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제약회사는 지난해 3~4월 2쪽 짜리 간단한 설문조사를 의뢰한 뒤 건당 5만원씩 제공해 의사 858명에게 약 13억원을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C제약회사도 2009년 5~11월 한 장짜리 설문조사를 건당 3만원씩으로 해 의사 219명에게 3억원을 리베이트로 지급했다.

대형 제약사들은 병원의 창립기념품 구입비를 대납하거나 개업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D사와 F사는 지난해 E병원 창립기념품 구입비로 각각 1억원과 1억4천만원을 대신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G의원 이모(36) 원장은 의약품 도매상에서 개업자금 5천만원을 지원받았고, H병원 사무장 박모(51)씨는 약 처방을 약속하고 제약사 3곳과 도매상 1곳에서 2억원을 받았다.

단속과정에서는 의료 컨설팅 업체가 의약품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의사 200여명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으나 처벌법규가 없어 약사법 개정을 건의했다.

수사반 관계자는 "의약품은 다른 재화와 달리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가 복용할 제품이 선택되고 약값 대부분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급된다는 점에서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보재정 적자 개선을 위해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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