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서 중학생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지난 20일 대구에서 같은 반 학생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의 장문의 유서가 공개됐다.

A군이 가족들에게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자신이 당했던 잔인한 폭력의 경험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구구절절 담겨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유서를 통해 A군은 “같은 반 B, C가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키우도록 한 뒤 매일 돈을 뺏고, 물로 고문하고, 폭행하고, 가족을 욕하고, 문제집을 찢거나 가져갔다”며 “심지어는 전깃줄을 목에 걸어 끌고 다니며 부스러기를 먹게 했다”고 밝혔다.

또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갖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다.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혔다.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다”며 “12월에 들어서 자살하려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다”고 했다.

A군은 “사실 알고 보면 매일 화내시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 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 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다”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그는 “아마 제가 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인지도 몰라요. 저는 그냥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걔들의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 대부분 학교친구들은 저에게 잘 대해줬어요”라고 했다.

또한 “매일 남몰래 울고 제가 한 짓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전했다.

한편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주보다 귀한 생명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대구교육의 잘못을 철저히 인정한다”며 “아픈 기억과 함께 끝까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안고 세상을 떠난 학생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해당 학교법인은 긴급이사회를 열고 자살사건이 발생한 책임을 물어 교장을 직위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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