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누가 비대위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시중의 여론을 보면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나라당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비대위원의 구성은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게 된 원인은 정치 불신과 소속의원이 관련된 비리와 탈법, 소통 부재인 당의 경직성에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런 상태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됐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당의 쇄신을 각오하고 비대위를 구성했으며 비대위 구성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중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증거는 현재의 비대위 체제와 이전의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홍준표 대표 체제하에서 한나라당은 정당지지율 추락현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어도 민주당의 지지율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그 후에 지지율 추락이 예상되었던 시점에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바뀌었고 한나라당은 온전히 지지율을 지켰다.

이국철 로비사건과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비서와 국회의장의 비서가 관련되어 있다는 소식은 한나라당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대형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보도는 한나라당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지율도 미세하게 상승하여 가상의 대권주자인 안철수 교수를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도 한나라당에는 고무적인 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한나라당은 적절한 대처를 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관련한 비리는 앞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와 관련한 비리문제도 터질 가능성이 있고, 한나라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관련한 문제도 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부패와 단절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부패와 비리에 대한 근원적인 차단이 필요하고 이런 문제가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에 의해서 밝혀진다면 따가운 매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비대위의 멤버는 1차적으로 부정과 부패에 연루되었거나 부패와 관련성이 없는 확실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다음으로 고려할 사항은 양심적인 보수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정서에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모셔오기 위한 노력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참신하고 진취적이고 건강한 보수성을 가진 사람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건강한 보수성을 가진 사람은 진보와 중도를 포용하고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이 요구된다. 시대에 역행하는 폐쇄성을 배제하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보수주의자가 한나라당의 정서에 맞을 것이라고 본다. 눈치를 보면서 인기에 연연하는 중도주의자들을 배격하고 이념의 중도, 사고의 중도를 갖고 불편부당한 처신에 능숙한 사람을 골라 써야 할 것이다.

또 생각이 바르고 정의감이 넘치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선비 같은 사람을 비대위원으로 중용해야 한다. 사심을 버리고 공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시대의 양심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정도의 수준을 가진 비대위원이라야 모두가 인정하고 한나라당을 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정할 것이다.

비대위원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한나라당을 살린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사심을 버리고 공심으로 돌아가서 정책을 만들고 민심을 끌어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차기 국회의원의 공천을 기대하지 말 것이며 정치권에서 떠나도 좋다는 각오로 비대위원직을 맡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기는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잘 찾아보면 분명히 있다. 정치권을 떠나있으면서 한나라당을 걱정하는 전직 정치인, 전직 관료, 양심적인 경영인, 소신과 강단있는 직업인, 부패와 비리를 증오하는 기백이 넘치는 젊은 청년도 있다. 정치성향이 없고 도덕성이 충만한 사회의 저명인사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인선발표를 기대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