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한국문화안보 연구원 사무총장

지난 12월 12일 07시경 해경특공대원 이청호(41) 경장이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85㎞ 지점에서 영해를 침범해 불법조업 중이던 66t급 중국어선 나포작전과정에서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 9월 25일 목포해경이었던 박경조 경위가 숨진 이후 3년 만에 재발된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해적선에 망가지는 비보(悲報)가 아닐 수 없다. 일개 중국의 어선이 경제수역 내 불법침범을 공공연하게 하고, 한국해경의 공무집행에 발악하는 장면을 수차례 보면서 위험하다는 생각들은 했을 터. 이러한 비극에 국민적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14일 오후 외교통상부, 법무부, 해경 등 관계부처 회의에서 나온 정부대책은 ▲재발 방지를 위한 외교적 대응 ▲단속의 실효성 강화 ▲단속·감시·처벌 관련 제도 개선 정도로서 지난 3년 전과 동일했고, 이에 정부의 한신함 대응능력이 질타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15일 국회외교통상위원회에서 쏟아져 나온 정치인들의 말의 성찬(盛饌)중에는 ‘중국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으라’ ‘항복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함포로 바로 격침해야 한다’ ‘왜 해양경찰로 지키는가? 해양경비대(Coast Guard)로 해양경찰청을 개편하라’ 등이 있었는데 정부를 끝까지 움직이는 책임감 있는 발언이었으면 좋겠다.

사태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질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은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강력한 항의집회를 벌였다.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불태우고 중국대사관으로 차를 돌진하는 등 한국민의 분노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에 친중적인 시각에서는 정치․경제적 실익을 고려한 ‘꽌시(關係)’론을 가지고 피아 구분을 혼미하게 하는 의견도 내놓고 있는 안타까운 점도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전술적으로는 인적․물적 교류를 하면서도 중국이 북한과 군사동맹국이라는 분명한 안보현실 앞에 전략적으로는 대적차원(對敵次元)의 경계를 결코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의 한반도 주변의 정세를 살펴보면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한마디로 ‘격랑의 시대’라고 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청와대 불바다’로 협박을 하고 ‘애기봉 성탄축하등’에 대한 포격위협과 중국 어선의 불법 영해침범 및 해경살해, 일본의 위안부 사과요구 무시, ‘위안부 평화비’ 철거요구와 북핵 6자회담 문제가 장기화의 터널에 빠져있는 점 등 외환(外患)이 겹쳐있다. 국내적으로는 기존정당정치의 틀이 분열하고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정치불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방개혁이 무산(霧散)의 위기에 처해 있고, 17일 김정일의 사망에 따른 북한 내부의 변화 등 내우(內憂)의 형국이 가세되어있다.

이것은 마치 대한제국시대에 겪었던 열강(列强)에 의한 침탈형국과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우선 과거에는 우리자신을 지킬 군대가 일제에 의하여 해산되었으나 지금은 막강한 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우외환의 국가위기에 군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적시적절하게 발휘되고 있는가 하는 국민의 의구심이 있다.

군은 ‘군인복무규율’ 제4조(강령) 제2항(군인의 사명)에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라고 명시하여 그 본분을 삼고 있다. 명시된 대로 군 당국은 군사력을 지휘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상에 해안선 방어에 대한 군과 해경 간의 작전구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법률해석상의 광의적 해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이나 해경이나 그 존재적 가치와 의미가 국토수호와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해경의 임무수행능력이 역부족인 것이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다면 군(軍) 당국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법률해석에 매여 강 건너 등불 보듯이 할 것이 아니라 해군의 해경작전 지원투입과 육군항공 또는 공군을 추가 투입해 대한민국 영해에서의 불법조업이 불가하다는 것을 중국 해적선들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저 멀리 아덴만에서 타국의 선박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해군력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 불법어선 침략부터 막아 영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영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명은 군에게 부여한 국가와 국민의 신성한 명령이다. 지금 서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어선의 영해침범과 불법조업으로 어류자원이 씨가 마르고 있는 상황인데도 해안작전구역 타령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과 해경은 작전세부시행규칙이라도 개선하여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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