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성당 증축공사 부지에서 배수로와 건물터를 발견했다. 조사결과 공사 부지 중 주차장 부지에서 서양양식을 본떠 만든 배수로가, 별관과 테니스장 부지에서 조선후기 이래 한국 전쟁 무렵까지 활용된 건물터가 확인됐다. 사진은 명동성당 증축공사 현장. (사진제공: 연합뉴스)

개화기 수로 발견… “문화적 가치 따져 원형 그대로 보존”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명동성당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발굴된 유구에 대한 보존방안을 놓고 전문가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발견된 유구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면밀히 조사해 필요하다면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울문화재연구원(김홍식)은 지난 11월 17일부터 실시된 명동성당 증축공사 부지 일대의 발굴조사에서 나온 근대식 개화기 수로와 온돌방으로 보이는 건물터가 발견됐다고 16일 밝히고 이에 대한 보존방안을 논의했다. 배수로는 주차장 부지에서, 건물터는 별관과 테니스장 부지에서 각각 발견됐다. 지난 10월 말 약간 발굴 된 이후 최근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민들 반응은 우리나라 전통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이 중에는 문화적 보존가치에 대한 중요도를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샘(23, 여,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씨는 “가톨릭 성지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유산 또한 소중하기 때문에 정부와 천주교 간 긴밀한 의견 조율을 통해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명동성당 재개발 공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철(57, 남, 서울시 중구 명동) 씨는 “100년, 500년 됐어도 문화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있고 10년밖에 안 됐지만 그 가치가 높은 것도 있다”면서 “발견된 유구의 문화적 보존 가치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된 이후 중요도에 따라 보존·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관계자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화재 관련 법규 안에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기에 정확한 검토 결과가 나오면 문화재청과 협의 하에 좋은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발견된 배수로는 서양 양식을 본떠 아치형으로 벽돌을 쌓아 만든 전형적 한국식 기법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은 수원성의 앞문과 무령왕릉도 이 같은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배수로는 근대식 암거형(터널식)으로 조성된 중심 배수로 1기와 이에 연결된 배수로 3기, 이들보다 앞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배수로 1기로 구성돼 있다. 중심 배수로는 주차장 건설 과정에서 일부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훼손된 구간을 제외한 길이는 총 13.9m로 확인됐다. 규모는 하부 폭 약 70㎝에 높이 약 50㎝, 벽돌 크기는 230ⅹ110ⅹ55㎜다.

별관 부지에서 확인된 건물터는 원래 창고였는데 후에 온돌방으로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김홍식 한울문화재연구원장은 판단했다. 이 건물은 남향이며 동서 방향으로 긴 일(一)자형으로 파악됐다. 규모는 정면 3.5칸, 측면 1.5칸이며 내부엔 4줄 고래(방의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길)를 둔 것이 확인됐다. 한 전문가는 이 건물터를 고종 하사 집터로 해석했다.

이번 발굴조사가 진행된 곳은 조선시대 수도 한양의 남부 명례방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 일대는 1890년 명동성당 주교관에 이어 1898년 명동성당이 설립되면서 천주교 성지로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회의를 통해 발견된 유구를 다른 곳으로 옮겨 전시하는 쪽으로 결정하고 이를 반영한 설계도를 오는 23일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보관 장소는 명동성당 문화홀 지하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특히 집터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주춧돌까지 함께 떠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23일 문화재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반영, 보존방안을 확정하고 성당 증축공사 재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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