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서로 싸우는 일들이 생겨난다. 남자 형제들끼리 치고받기도 하고, 여자 자매들끼리 토라져서 하루 종일 말을 안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부모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이들 싸움에의 개입 여부를 결정한다. 아이들 싸움에 부모가 개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부모의 개입이 아이들 간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중재를 위해 부모가 개입을 하게 되면 부모는 결국 심판관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기 십상이다. “무슨 일이니?”부터 시작해 아이들의 의견을 번갈아 들어보지만 결국은 잘한 아이와 잘못한 아이를 가려내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잘못한 아이를 가려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 역시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또 이때 자칫 잘못해 한쪽 아이의 편을 들게 될 경우 아이들이 서로 자기만 잘했다고 주장하거나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싸움은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는 등 위험한 상태에 돌입하기 전에는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만일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반드시 개입을 해야 한다. 신체적인 위험이 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아이에게 벌을 줄 때는 행동이 나온 즉시 벌을 주어야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형이 동생을 때렸다면, ‘다른 사람을 때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편, 동생이 형의 노는 장면을 방해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면, 나중에라도 ‘다른 사람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형이 보는 앞에서 야단치고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억지로 화해시키지 않는다. 싸움이 끝난 뒤에 엄마가 야단을 치면서 “잘못했다고 빌어”라든가 “네가 먼저 사과해”라며 억지로 화해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엄마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버릇을 들이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잘못한 것도 없고, 화해하고 싶지도 않은데 매를 든 엄마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되니 더 화가 난다. 더군다나 잘못을 했어도 이미 화가 고조된 상태에서는 엄마의 지적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럴 경우 억지로 화해시키기보다는 아이에게 판단의 기회를 주어서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되면 빌어라” 또는 “화해하고 싶으면 악수를 청해라”라고 말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말로 화해를 시키는 것 대신에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화해를 유도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한편, 폭력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서로 화를 내고 심하게 다툴 때가 있다. 이 경우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고 싸운 것 자체를 둘 다에게 야단을 친다. 누가 얼마만큼 잘못했는지 지금 당장 따지지 말고, 서로 흥분한 마음 상태를 가라앉힐 수 있게끔 도와준다. 따라서 “싸우니까 둘 다 기분이 좋지 않지? 각자 방에 가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에 나중에 엄마와 얘기하자”라고 말해 준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분노를 풀어준다. 우선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토로할 기회를 갖게 해서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말하도록 하자. 이때 부모는 아이의 주장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귀 기울여 주어 속의 감정까지 드러나도록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이가 처한 어려움을 인정해 주고 아이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감정 이입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아이의 화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면 분노의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풀어 주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푸는 방법으로 그 상황의 기분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거나 베개를 치게 해서 마음속에 있는 감정의 앙금을 남기지 않도록 한다. 남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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