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두고 말이 많다. 대한축구협회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대표팀의 경기력과 대표팀 운영을 볼 때 최종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8월 열린 한일전에서 0 대 3으로 참패한 것과 지난달 중동 원정 경기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4·5차전에서 1승 1패에 그쳐 최종예선 조기 진출 기회를 놓친 것이 이번 경질 결정의 도화선이 됐다.

문제는 축구협회의 이러한 결정이 해당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논란의 소지를 키웠다는 것이다. 대표팀 감독의 해임은 반드시 기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야 함에도 축구협회는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위시한 협회 회장단 판단만을 가지고 이번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말 한마디로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잘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축구국가대표팀의 성적을 누구 한 사람만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좀 억지스럽지 않나 한다. 축구협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물론 선수 개인, 나아가 축구팬들까지 모두가 함께 걱정하고 풀어나갈 문제라고 본다. 운동경기와 같은 경우 그때그때의 운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있고, 야구와 같은 경우는 ‘9회 말 투아웃’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닌가.

비단 이번 조광래 감독 경질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운동경기,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이 전 세계가 주목하고 다루는 경기에서는 유독 훈수를 두는 사람이 많다. 더욱이 경기 실적이 안 좋을 때는 국민 대다수가 감독이 되고 심판이 돼 수고했다는 말보다는 정죄하는 일이 태반이다. 어느 누가 지려고 경기를 하겠는가. 인터넷을 도배하는 댓글을 볼 때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워질 때도 많다.

인생사 마음대로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서로 격려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시합도 마찬가지다. 최고가 되기 위해 뛰지만 성적이나 실적이 좋지 않다고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은 외려 더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누구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힘을 합쳐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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