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지난 1일 개국한 ‘TV조선’ ‘JTBC’ ‘채널 A’ ‘MBN’ 등 종편 4개 채널의 시청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이를 두고 방송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회의감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제 한 주가 지났을 뿐이다. 사실 필자도 개국 사실을 이틀이 지난 후에 알게 됐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종편방송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일요일에는 저녁시간대에 지상파방송이 버라이티쇼로 장식할 때 종편방송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맘에 드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었다.

종편방송이 시작한 첫날과 둘째 날을 기준으로 시청률을 조사했으니 필자와 같은 사람은 시청률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종편방송의 시작은 화려했으나 홍보가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종편방송이 2개 정도였으면 지상파와 경쟁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4개의 종편은 많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는 시청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며칠 사이에 필자의 취향으로 본 좋은 프로그램을 종편에서 찾았다. TV조선의 ‘최박의 시사토크 판’, JTBC의 사극 ‘인수대비’, 채널 A의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 등이 앞으로 필자가 즐겨볼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또 고전 코미디극이 있다면 주저없이 채널을 이동하게 될 것 같다. 이같이 시청자들의 다양한 선호도로 인해서 종편방송은 발전될 것이고 시청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기왕에 시작한 종편방송이 지상파방송과 차별화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시청률 경쟁으로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를 위주로 젊은 층만을 공략하려는 지상파방송의 편성에 불만을 느끼는 장년 이상의 시청자를 생각해서 다큐멘터리, 사극, 시사프로그램을 개발해주기를 기대한다. ‘심층토론’이나 ‘끝장토론’ 같은 시사프로그램의 편성을 제안한다.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심층보도도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실을 균형 있게 해부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성장을 재조명하고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투영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본다.

방송은 한 번 지나가면 끝나는 것이 아닌, 되돌려 볼 수 있는 역사적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10년마다 재탕해서 다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중․장년층이 과거를 회상할 수 있고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발굴도 필요하다. 자료를 찾아서 장기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종편방송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후발주자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려면 흘러간 자료를 찾아서 다시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방송이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트렌드가 됐다. 중립보다는 특성화가 이제는 더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신문도 중립성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중립을 가장한 이념의 편향적인 보도를 드러내놓고 하는 상황에서 방송에게만 중립을 유지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종편방송이 자신들의 색깔을 일부러 감출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주목을 끄는 방송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방송의 영향력은 어느 매체보다도 강하다. 신문을 발행하던 회사가 방송에 진출한 것을 보면 방송의 효용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좋은 프로그램을 방영한다면 시청률을 올리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종편방송이 기존의 지상파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시청자들이 평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중간광고가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짧게, 지루하지 않게 광고를 편성해주었으면 한다.

종편방송은 기존의 방송과 차별화한 무엇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청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청률 경쟁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종편방송의 시청률은 상승하게 돼 있다. 지금보다 더 낮게 나올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 시작일 뿐인데 시청률을 의식하기에는 이르다. 종편방송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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