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원성진 9단이 중국의 강자 구리 9단에게 승리하며 삼성화재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7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 마련된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 3국에서 원성진 9단이 중국의 구리 9단에게 235수만에 항서를 받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에 성공함과 동시에 중국 대륙에 넘겨줬던 우승트로피를 2년 만에 되찾아 왔다.

오전 9시 반(현지시간)부터 시작된 결승 3국에서 원9단은 초반 구리 9단의 포석에 밀려 고전했으나, 중반 이후 구리 9단의 실수로 전세는 역전되었다. 피를 말리던 종반, 구리 9단은 전세 역전을 모색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오후 2시가 넘어가면서 구리 9단은 돌을 던졌다. 올 초 비씨카드배에서 이세돌 9단에게 패해 결승 무패의 신화가 깨졌던 구리 9단은 원9단에게 우승트로피를 상납하며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일 없이 3일 연속된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던 원9단은 결승 1국에서 대마를 잡으며 기분 좋은 선취점을 얻었지만 2국을 내주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두 기사는 2002년 첫 대결 이후 총 8차례 격돌했으며, 삼성화재배에서 원9단이 2승을 거둠으로서 4승 4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한편 복기 중에 상하이TV의 생방송을 위해 공개해설장을 찾은 원9단은 “초, 중반 바둑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구리의 실수가 역전의 빌미가 되었다”며 “아직 우승했다는 실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 승부가 끝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쉬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 군 입대를 앞두고 맞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원9단은 1998년 입단이후 최철한, 박영훈 9단과 함께 ‘송아지 삼총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폭풍 성장하며 세계무대를 주름잡은 최철한, 원성진에 비해 뚜렷한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열린 32강전에서 리쉬엔하오 · 왕타오 4단을 누르고 16강에 오른 원9단은 이후 리쉬엔하오 4단과 박영훈 9단을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라 중국의 천야오예 9단에게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일구어내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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