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신(아주대 명예교수) 장로

나는 국제기드온 용산캠프가 조직될 때에 25년간의 서울캠프 회원생활을 접고 신생캠프 창립회장이 됐다. 당분간 두 교회 신자들과 사역을 같이 하면서 각 교회 평신도들을 널리 영입할 작정이었다. 그러던 차 모임장소를 물색 중 시립용산구노인종합복지관에 들렀는데 노인들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등 아주 씩씩해보였다. 관장인 여성 목사님과 대화 중 영어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즉시 자원봉사를 신청하였더니 관장님 입에서 “프리 토킹(free talking)”이란 말이 나왔다.

한 달도 기다리지 아니하여 기회가 주어져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이 분들은 너무나 진지하고 열성적이었다. 마침 우리 교회에 미국 시민권자 한 분이 계시는데 앤서니 정(Anthony Chung)이라는 이 분은 열한 살 때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초·중·고·대학교까지 나오고 한국의 미국 기관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분에게 우리 할아버지들 회화를 부탁했을 때 쾌히 승낙하여 주일날 오후 한시부터 소그룹을 운영했다.

그러다가 그분이 릭 워런(Rick Warren) 목사 저 ‘The Purpose Driven Life(목적이 이끄는 삶)’를 교재로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전부 찬성하여 ‘원서 강독반’이란 이름을 붙여서 모였다. 금세 열두 명이 모여 먼저 일인당 두 단락씩 읽고 해석하도록 했고 나는 그 부분을 지도하고 앤서니 선생님은 영어로 설명하는 일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이분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오면서 저자의 훌륭한 현대미국영어에 감탄할 뿐만 아니라 성경을 쉽고 감동적으로 풀어가는 데 푹 빠지게 됐다. 이 분들은 교과서를 큰 활자로 복사하고 해석을 직접 써가지고 오거나 심지어 워드 프로세서로 쳐서 가져오는데 누군가가 세 단락 또는 네 단락까지 읽고 해석하면 기회를 독점한다고 불평이 자자하여 요새는 두 단락을 고수하고 있다. 이만큼 열성이다.

서울의 모든 구에 이런 노인복지관이 있는데 우리 기관이 상당히 열심히 한다고 소문이 났는지 지난 3월에는 KBS ‘언제나 청춘’ 프로그램 담당자들이 코미디언 백남봉 씨를 데리고 와서 우리 ‘프리 토킹(free talking)반’에 들어와 PD의 부탁으로 나는 그와 코미디 대결을 벌였다. 칠판에 쓴 영어노래 ‘Who Has Seen the Wind’를 함께 부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우리 반은 생전 처음으로 TV에 출연하는 영광을 얻었다.

또, 우리 소그룹에는 영어에 능통한 분들도 상당수 있으나 릭 워런 목사의 글과 또 앤서니 선생의 영어설명에 너무 도취되어 열심히 나올 뿐만 아니라 한시부터 세시 반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 모처럼 모이는데 한 시간 딱 하고 헤어지기가 너무 아쉽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뿐만 아니라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살아야 참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가를 배우고 있다.

요새는 참다운 ‘fellowship’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우리말 성경에는 ‘사귐’으로 번역되어 있으나 우리는 ‘친교’라고 해석하고 진정한 친교가 없이 교회에 와서 예배만 드리고 나가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배우고 있다. 그러면서 대형교회에 설교만 들으러 가는 신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자문자답한다. 이렇게 릭 워런의 노(老)제자들은 과거에 잘못 생각했던 것을 회개하고 올바른 크리스천의 길을 알아가고 있다. 모일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격하는 노후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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