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복(福)은 검소함에서 생기고, 덕(德)은 겸양에서 생기며, 지혜는 고요히 생각하는 데서 생긴다. 근심은 욕심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허물은 경망에서 생기고, 죄는 참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눈을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맑고 아름다움을 볼 것이며, 입을 조심하여 실없는 말을 하지 말고 착한 말 바른말 부드럽고 고운 말을 언제나 할 것이며, 몸을 조심하여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하라. 어른을 공경하고 아래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며, 덕 있는 이를 따르고 모르는 이를 너그럽게 대하라. 오는 것을 거절 말고 가는 것을 잡지 말며, 내 몸 대우 없음에 바라지 말고 먼저 남을 대우해주며, 일이 지나갔음에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하면 마침내 그것이 자기에게 돌아오고 돈을 너무 따르면 돈의 노예가 되며, 세력을 의지하면 도리어 재화(災禍)가 따르고 아껴 쓰지 않음으로써 집안을 망치며, 청렴하지 않음으로써 지위를 잃는 것이니라. 그대에게 평생을 두고 스스로 경계할 것을 권고하오니 가히 놀랍게 여겨 생각할지니라.”

경기도 고양에서 활동하는 93세의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송원 백남연 선생이 프린트해서 나에게 준 글이다. 백남연 선생은 미술 가이드 책자를 들고서 거의 매일 인사동, 청담동 지역 갤러리를 방문하며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나 화랑 주인에게 좋은 글들을 프린트해 나누어 준다. 그림이 좋아서, 소일거리로 갤러리를 다닌 지가 5년이나 되었고 그동안 모은 팸플릿만 3천 장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는 신사동 어느 화랑에 전시회 오프닝에 우연히 필자와 함께 가게 되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나이 든 모습의 방문객을 본 화랑 주인은 경비를 불러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들어왔느냐고 닦달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다른 관람객들과 차림이 다른 것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 주인은 겉만 보고 남을 판단하는 보통 속인들의 인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 화랑에도 백 선생은 좋은 글을 두어 개 남겨놓았으므로 나중에 화랑 관계자들이 읽어보았다면 느끼는 게 새로웠을 것이다.

얼마 전 호텔 방구석에서 하는 아트페어를 구경했다. 이런 전시회는 기존 전시장의 전시 방식에서 벗어난 ‘발상의 전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즉, 전시를 위한 벽을 설치하지 않고 호텔 객실을 있는 그대로 활용한 친환경적인 전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트페어에 참여한 모 화랑 주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수 화랑 근무자들의 태도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결과, 아직도 많은 화랑 근무자들이 관객을 관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한 불손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데 공감을 하였다. 화랑에 들어오는 사람은 고객이요, 고객은 모셔야 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고객을 차별하거나 고객서비스 마인드가 전혀 안 보이는 근무자들이 많은 것이다. 화랑 주인이 직원들의 인사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화랑 주인의 경영 사고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일간지 사설은 ‘인화학교만 죄인인가? 장애 차별하는 모두가 ‘도가니’의 공범이다’라는 주장을 했다. 스스로 남을 장애라고 판정하고 차별 대우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는 않은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돈 되는 사람만 사람으로 보는 것이 업체 측에서 볼 때 과연 현명한 일일까? 개인이든 조직이든 인격이 바탕이 되면 그 영향이 오래간다. 따라서 미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읽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글과 다른 것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습관을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도덕 윤리적으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소위, 사회 지도층들의 부정부패는 연일 신문지상을 메운다.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 자신은 올바르게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존경받는 작가, 화랑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보람된 삶이 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