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친화기업 BT&I는 어린이날에 직원들의 가족을 회사로 초대해 기념파티를 연다. 송경애 대표(중앙)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동화속 인물로 분장을 하고 직원, 직원 가족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BT&I)

탄련근무제 실시… 근로자 만족 높아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최인선 차장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직장맘(Mom)이다.

그가 일하는 BT&I는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기업 전문 여행사이자 호텔 전문예약을 담당하는 회사다. 200여 명의 직원 중 70%가 여성사원이며 이 중 40%가 직장맘이다.

최 차장이 회사로부터 가장 크게 감동 받은 것은 회사가 직원뿐 아니라 직원의 가족을 함께 배려한다는 점이다.

저녁시간을 가족들에게 할애할 수 있도록 저녁 회식을 없애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서끼리 회식을 한다. 장소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패밀리레스토랑을 주로 선택한다.

아직 돌이 안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 차장은 10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탄력근무제를 사용하고 있다. 상무님과 부서장, 팀원들 모두 잘 이해를 해줘서 눈치 보며 출퇴근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날 같은 때도 회사에서 직원가족 모두를 초청하는 행사를 연다. 아이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엄마의 직장을 구경할 수 있어서 오히려 즐거워한다.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면 생산성 하락을 걱정할 수 있지만, 정의권 BT&I 이사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자가 일을 그만두게 되는 일이 줄어드니 오히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탄력근무제, 가족친화기업엔 필수적 요소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빠른 퇴근이 필수적이다.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양육과 가사를 돌볼 수 있게 하는 ‘탄력근무제’가 가족친화기업에 필수요소로 떠올랐다.

2010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를 통해 탄력 근로를 실시하는 한국의 기업을 살펴본 결과 상시근로자 10인 이상의 약 21만 개 사업체 중 30.4%가 탄력근로제를 도입했고 이 중 27% 정도만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천 명과 근로자 9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9) 가족친화제도 중 30% 이상 시행하고 있는 ‘육아휴직제도’도 사용자 98% 이상이 여성임이 나타났다.

탄력근무제는 재택근무제와 직무공유제, V-시간제, 자율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집약근무, 근무시간 선택형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스웨덴의 국제기업 에릭슨 기업은 오전 7~9시, 오후 4~6시까지 탄력근무제 시간으로 정했다면, 한국의 BT&I는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등의 탄력근무 시간을 운영하는 등 시간적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김유호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사무관은 “우리나라 근무 환경에서는 주변에서 퇴근을 안 하면 혼자 퇴근하기가 눈치 보인다든지 퇴근 후에도 일하게 될 경우가 많다”며 “작년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범기간을 거쳐 가족친화기업을 확산시키고 있다. 민간기업에서도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중요성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족친화기업 95개 인증… 우수기업 포상
가족친화인증제는 정부에서 가족친화기업 확산을 위해 2008년부터 시행한 제도로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균형’을 통해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가족친화제도는 탄력적 근무제도, 자녀출산 양육 및 교육지원제도, 부양가족 지원제도, 근로자 지원제도, 가족관계 증진제도 등이 평가기준에 포함된다.

여성가족부에서 인증한 우리나라 가족친화기업은 대기업 22개, 중소기업 33개, 공공기관 40개로 총 95개소로 지난달 22일 확정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대통령표창을 비롯해 가족친화 10개 우수기업에 정부포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대통령 표창은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우리에프아이에스(주)가 수상했다. 상대적으로 가족친화제도 운영이 취약할 수 있는 IT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CEO 특유의 친화력과 가족친화경영에 대한 마인드로 가족친화제도가 잘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아 인증제 참여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이곳은 가족친화제도 활용도와 만족도 조사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수행하고 ‘ONE DO’ 운동과 같은 경영혁신활동 등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해 좋은 점수를 얻어낼 수 있었다.

국무총리 표창은 기업의 주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유한킴벌리가 선정됐다. 유한킴벌리는 1990년 초부터 탄력근무제와 평생학습 등을 운영한 기업이며 기업내 별도의 가족친화경영 팀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가족친화경영의 영향으로 여성 근로자의 출산율이 국내 평균 1.22명보다 1.84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69%에 달하고 있다.

대기업 포스코도 가족친화경영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족 지원에 힘쓰고 있는 포스코는 가족친화기업의 요소인 사회공헌활동으로 다문화가정에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출산직후 직장 일을 그만두는 직장맘들을 위해 육아 휴직을 2년간 허용하고 1회 여성 멘토링 대회를 통해 여성의 행복한 일터를 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는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멋진 V-KTO인 되기’라는 가족친화경영 비전을 제시하고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태아검진과 불임부부지원, 수유실 및 산모 휴게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인선 BT&I 차장은 “기업의 가족친화적인 환경은 이제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인증을 받더라도 아직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 차장은 “기업에 인센티브나 세제지원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기업이 동참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문은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의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을 훨씬 웃돌고, 가족참여시간이나 개인생활 시간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직까지도 가족친화제도 등의 활용률은 초보단계이며 법과 제도상으로 가족친화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기업주와 근로자 입장에서 이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활용이 용이하지 않다면 그것은 명목상의 정책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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