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구립 본제산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센터만족도’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양한 여가생활 프로그램 마련… 신청자 비해 시설 부족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김귀순(가명, 69, 서울 마포구 아현동) 씨는 지난 2003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 몇 번이고 죽기를 결심했다. 김 씨는 오랫동안 집에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숙녀복을 재단하는 일을 해왔다. 8~9년 전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생활하면서부터 마땅한 대화상대가 없던 그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일을 안 하게 되면 푹 좀 자려고 했는데 6개월쯤 쉬니깐 그때부턴 잘 수도 없고 음식도 먹지 못했어요. 불안하고 무섭고… 딱 죽고 싶더라고.”

그는 이대로 가단 정말 죽겠다 싶어 정신과를 찾아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먹는 등 이젠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편과 동네 노인센터를 찾아 운동을 시작하면서 명랑하게 살아야겠단 의지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사선생님과 10분간의 짧은 시간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 일뿐 이웃이나 친구 등 마땅히 맘을 터놓는 상대가 없다. 그는 “센터에 상담선생님을 많이 배치해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대화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최근 서울시복지재단이 60세 이상 노인 15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시 거주 노인 중 41%가 우울증 가능성이 있거나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주 만나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친척, 이웃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노인도 20%에 달해 노인층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취미여가생활을 중심으로 노인복지 향상을 위한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를 지난 2007년부터 건립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기존의 노인종합복지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밀착형으로 1자치구 1센터를 목표로 소규모 노인센터가 만들어졌다”며 “여가활동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는 노인종합복지관 30개소와 지역밀착형 소규모 노인복지센터 32개소가 있으며, 올해 개관한 소규모 센터는 8개소에 이른다.

노인종합복지관과 경로당의 중간규모 여가시설인 ‘지역밀착형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는 부족한 노인여가시설을 보완하고, 기존의 종합복지관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 지역 어르신들에게 보다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는 데이케어 서비스와 댄스·컴퓨터·영어회화 등 여가활동 프로그램과 물리치료실, 체력단련실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아현실버문화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예광진(76, 남, 서울 마포구 아현1동) 씨는 체력단련실에서 사람들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몸이 고단한 부분도 있지만 예전에는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청계천이나 거리를 배회하는 등 무료한 시간을 보냈는데, 여기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도 하니깐 마음이 즐겁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강서구립 봉제산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장순자(가명, 72, 서울 강서구 화곡동) 씨는 “몇 년 전 이사 와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집에만 있을 때는 많이 우울했다. 어디 나갈 데도 없고 나가면 다 돈이니깐…”이라며 힘들었던 때를 털어났다.

이어 그는 “지금 센터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돌아서면 까먹고 그러지만 정말 재밌다. 친구도 사귀고 맘을 터놓는 대화상대도 생기니깐 좋다”며 웃었다. 그는 이곳에서 우울증을 극복했다.

올해 3월 개관한 강서구립 봉제산노인복지센터는 여가생활뿐만 아니라 데이케어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집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있어 가까운 편은 아니다”면서 “그래도 작년까지는 이마저도 없었으니깐… 좀 더 가깝고 많은 곳에 센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보영 봉제산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이용하고자 하는 신청자는 많은데 수용인원수는 적고 공간은 비좁아 현재 이용자보다 대기자가 많은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매년 10%이상 센터를 늘려 2016년까지 총 70개소로 확충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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