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170여명 동의…라디오방송서도 소신 발언
"국회 통과한 사안, 3권분립 위배" 반대의견도

(서울=연합뉴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법부가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현직 부장판사가 청원문 작성에 착수했다.

김하늘(43.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2일 오전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다시 글을 올려 "제안에 동의한 판사의 수가 아침 9시 현재까지 116명"이라며 "이렇게 빨리, 많은 판사가 공감할 줄 정말 몰랐다.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이 벅차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오늘 5시가 지나면 내 제안에 동의한 판사들의 이름을 정리해 청원문을 작성하도록 하겠다"며 "대법원에 연락해 대법원장을 만날 수 있는 일정이 마련되는지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료 판사들에게 "청원문 작성과 관련한 의견이 있다면 이메일로 보내달라. 청원문을 제출할 때 동행을 원하면 의사를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5시 기준으로 그의 글에 동의해 댓글을 남긴 판사들은 1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 FTA 반대글을 올려 논란을 촉발시켰던 최은배(44.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이정렬(42.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MBC와 CBS 라디오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소신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방송에서 FTA 재협상을 위한 TF 구성을 요청하는 글에 대해 동조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이날 전국법원장회의 인사말을 통해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법관은 항상 조심하고 진중한 자세로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고 밝혀 법관들의 잇단 공개 발언에 간접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신중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국회가 이미 동의를 마치고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까지 마친 사안을 두고 사법부가 타당성에 대해 의견제시를 하겠다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비춰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아무리 열심히 연구를 해 의견을 제시해도 사법부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어떤 의도를 갖고 정치행위를 한다고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도 댓글에서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 법을 적용해 심사하는 기관"이라며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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