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장애인복지시설연합회 임성현 회장

임성현 회장
얼마 전 한 40대 정도의 아주머니가 예고도 없이 사무실로 불쑥 들어와 눈물부터 흘려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들어본즉 자녀가 3명이 있는데 모두 지적 장애아로 출생을 하여 한 아이는 우리 혜림학교를 다니고 있고 두 아이는 집에 있는데 과잉행동을 하는 아이라 더 이상 양육할 수 없어 우리 혜림원에서 안 받아 주면 함께 자살을 하려한다는 요지였다.

이러한 공갈(?) 아닌 공갈을 가끔씩 받곤 한다. 그나마 시설입소는 무연고자나 국기법수급자가 우선이라 어정쩡한 가정, 소위 차상위계층이라 불리는데 이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가족이 있거나 팔지도 못하는 부동산이 약간 있어서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는 층이라 이해하면 된다.

이런 경우 우리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함께 눈물이라도 흘려줘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현장의 현실이다. 물론 사회복지실천의 책임은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늘어만 가는 복지욕구에 비하여 예산과 인력은 따라가지 못한다고 핑계만대는 공무원들, 생색이 나지 않는 복지영역에는 투자를 꺼리는 단체장들, 그러니 사회적 약자들만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누가 이 문제에 접근을 하여야 하나 고민이다. 이러한 사회현상 속에서 우리 개신교의 모습을 살펴본다.

대통령도 장로인 나라, 그래서 불교는 종교탄압 받고 있다고 연일 단식 농성을 하는 나라, 국회의원들의 70% 정도가 크리스천인 나라, 세계 5대 대형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나라, 이 정도면 한국에서의 기독교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갤럽이 조사한 한국 개신교의 교회 활동 및 신앙의식에 대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비 종교인이 종교를 택할 때 개신교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은 27.7%에 불과하였다(불교 36.9%, 천주교 35.4%).

또 같은 보고서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단체”를 선택하는 질문에서는 교회를 택한 사람은 비종교인 가운데 1.3%에 그치고 말았다(성당 6.4%, 사찰6.7%, 사회단체 14.4%, 없다 70.6%). 비종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낮은 것 같다. 그럼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나? 소극적인 사회참여, 특히 지역복지에 대한 무관심이 아닌가 싶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처음 들어올때 많은 선교사들을 통하여 정치, 경제, 문화 ,복지 등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서구식 병원, 신교육, 사회사업기관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역할을 하였는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무엇인가? 개교회의 교세 확장, 교회 내 구제는 있어도 밖의 이웃을 향한 나눔 부족, 지역주민에게 복음은 나눌 수 있어도 재정과 시설과 사람은 나눌 수 없고 더 나아가 가슴을 나눌 용의가 없다는 것 아닌가? 성도들에게 십일조나 헌금에 대한 교리상의 의무감은 강조하면서 헌금은 교리에 맞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사용하여야 한다는 부분은 소홀히 하고 있다. 성경에 십일조는 분깃(allotment:분할 대여된 농지)이나 기업(inheritance)이 없는 레위 사람과 성중에 거하는 객과 고아와 과부들을 위해 즉 빈곤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자료는 2008개 교회예산 중 사회봉사비 예산이 10% 미만의 교회가 66.2%를 차지하고 있었다. 용도별지출을 보면 1위 교역자 생활비, 2위 교회유지비, 3위 건물건축, 4위 선교 등 마지막 7위 이웃돕기 및 사회봉사였다. 더 큰 교회 더 많은 성도를 위하였지 지역을 위한 복지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도 중요하지만 이웃과의 수평적인 관계도 우선되어야 한다. ‘교회가 우선 성장하여야 복지를 하지 않나?’ 는 이제 설득력이 없다.

성도들도 좁은 교회에서만 봉사하느라 서로 부딪히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주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담임목회자가 수적 성장의 유혹을 벗어나 체계적인 사회봉사를 실천하길 바란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잃어버린 교회의 역할과 사명이 회복되기를 복지 현장에 있는 한 성도의 입장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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