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체장애인이 종로3가 역에 설치된 장애인 리프트를 이용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사로·엘리베이터 미설치 ‘장애인 차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최근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이동 서비스가 향상됐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 이동 시설을 이용하는 당사자는 불편함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애인 리프트의 잇따른 고장, 환승 구간의 엘리베이터 미설치, 비장애인용이 돼 버린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등으로 장애인을 위한 이동서비스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지하철 1~4호선은 서울역, 종로3가, 신설동, 동대문역사 문화공원 등 총 24곳에, 5~8호선은 종로3가, 을지로4가 등 4곳에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 메트로 홍보팀 이종헌 선임은 “엘리베이터 설치가 곤란한 지하철역은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 운용 중”이라며 “승강장이 협소한 곳은 단순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보다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못한 곳은 리프트가 운용 중이다. 하지만 장애인은 이마저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잦은 고장으로 환승할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잦은 리프트고장에 대해 메트로 측도 인정하는 눈치다. 이 선임은 “올 초부터 현재까지 장애인 리프트가 고장난 것이 47번에 달한다”고 전했다.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케어(Care)서비스를 제공하는 김무동(53, 남) 역장은 리프트 고장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 역장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고장이 난 적이 있다”며 “6~7명의 직원이 모두 나와 휠체어와 장애인을 분리해 가까스로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에 3~4명의 장애인이 환승할 경우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며 “엘리베이터가 모든 지하철역에 생겨 장애인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서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환승 통로에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없이 휠체어 리프트만 설치된 지하철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인권위는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서울역 1·4호선 환승 통로에 경사로를, 충무로역 3·4호선 환승구간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교통약자의 원활한 이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세부 개선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조사1과 육성철 사무관은 “현재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편의시설과 관련해 문제를 인지, 장애인 이동 편의를 위한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하지만 메트로의 과도한 부채로 공사 비용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육 사무관은 “서울시가 상당 부분 비용을 지원해 줘야 공사가 가능하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예산 지원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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