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균우 왕인문학회 회장 소설가
그때 마침 상문이가 친구가 있으니까 장난을 했다. 가해자인 성욱이는 장난에 신경을 쓰다가 틀려서 100원을 날렸다. ‘너 때문에 틀렸으니 돈을 물어내라’ ‘못한다’ 옥신각신하다가 그날은 어떻게 해선지 끝이 났고 그 다음 날 학교에 일찍 등교해서 다시 시비가 붙어 ‘100원을 내라’ ‘못 낸다’ 다투었던 것이다. 못 물겠다니 주먹이 올라갔고 맞은 피해자는 같이 대들어 싸우다가 힘이 강한 가해자 성욱이가 엎어 놓고 때렸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요사이 아이들의 정신상태다. 동료들이 싸우면 말려서 화해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동질을 해서 싸움을 부추기고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는 것이 요사이 세태다. 아마 이것도 현재 각박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생각이 된다. 나와 관련이 없으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 자라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때 장차 우리 사회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참으로 걱정스럽다.

학부형도 교양이 있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다급하고 분하더라도 학교에 빨리 와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은데 그러지는 않고 집에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에게 함부로 폭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학생들 교육에도 나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즉,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르고 존경하고 신뢰하는 데서 참다운 교육이 올 수 있지 않은가.

그러한 환경 속에서 좋은 인성, 인격 등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만일, 학생들이 교사를 별 볼일 없는 미미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겠으며 거기에서 무슨 참다운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안 된다는 건 상식인데 대부분 학부모는 자녀들 앞에서 선생님들을 비하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교사를 업신여기는 태도가 똑똑한 사람인 양 함부로 행동한다. 철부지 자기 자녀가 이런 것을 보면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분명히 자기 자녀에게 손해가 가는 행위인데도 예사로 한다. 물론 선생님도 사람인 이상 허점이 있을 수도 있다. 혹여 속으로는 마땅치 않은 경우가 있더라도 학생 앞에서는 경어를 쓰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이름은 잊었지만 군국주의 시대 일본 육군의 대장이며 육군대신의 외아들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존경하고 우러러보고 따르고 쩔쩔매고 하는 것을 늘 보아왔다. 그리고 그런 육군대장의 외아들인 자신에게도 모든 사람들이 거스르는 일이 없을뿐더러 귀여워해 주고 떠받들어 주니 두려운 것이 없었다.

철모르는 아이로서 버릇이 좋을 리가 있겠나?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국민학교에 입학하여 교사를 존경하고 따르겠는가? 학습지도는 물론이요, 생활지도가 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를 안 학부모는 교사를 초청하여 극진히 모셨단다. 아버지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는 등 정성껏 떠받들어 모시는 것을 본 이 아들은 생각하기를 이 세상에서 자기 아버지가 제일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선생님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보다도 더 높고 위대한 분이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부터 선생님을 존경하고 잘 따라 나중에 훌륭한 인재가 되었다는 일화는 평범하면서도 참 진리가 서린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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